생각했던 것보다 경기 회복세가 빠르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4.8%)를 크게 웃도는 5.2%로 집계됐고, 이로써 작년 연간 성장률도 원래 전망치(3.9%)보다 높은 4.0%를 기록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4’자는 올해나 볼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더욱이 국민들에게는 별로 과실이 안 떨어지는 수출 일변도의 경기회복도 아니어서 내용도 견실하다. 올해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주도 경기회복의 봄기운을 국민들이 기대해 볼만하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연초부터 환율이 급락하고 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내수 중심의 회복세를 크게 흔들어 놓지는 않을 거라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25일 한은이 발표한 ‘2005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분발이 돋보였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0년 3분기 이후 5년 여 만에 가장 높다. 거의 10%에 육박하는 9.8% 증가율을 보였다. 직전 분기(4.2%)의 2배를 넘는다. 설비투자는 작년 내내 오르락 내리락 하며 ‘고용증대 없는 경기회복’이라는 지적에 논리를 제공해왔다.
민간소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작년 1분기 1.4% 증가율을 보였던 민간소비는 2분기 2.8%, 3분기 4.0% 등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다 4분기에는 4.8%로 껑충 뛰어올랐다. 2004년만 해도 민간소비는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며, 방향을 잡지 못했었다.
작년 들어 주로 TV, 승용차 등과 같은 내구재 소비가 많이 늘었는데 내구재는 의류나 생필품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경기 상승기에 급격하게 늘어난다. 굳이 새 것을 안 사도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도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8ㆍ31 대책 등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 0.9% 증가에 그쳤다. 연간(0.3%)으로는 2000년 이후 최저치이다. 그러나 투자와 소비의 회복 기운이 워낙 강하고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어 경기 회복 기조 자체를 돌려 놓지는 못할 거라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그동안 다소 기형적 형태였던 수출 의존형 성장이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작년 내수의 성장 기여율은 14.9%에서 68.0%로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이런 내수 회복의 지속 가능성 여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내수 회복의 지속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통계로 보여주는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작년 4분기 1.7%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연간으로는 여전히 0%대이다. GDP 증가율과의 격차가 3.2%포인트에 달한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도 작년 이래 다시 악화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최근 소비회복은 과거 과도한 소비위축에 따른 반등효과와 증시활황에 따른 자산효과에 크게 기인한다“며 “나아가 최근 소비 회복이 2002년 카드사용 급증에 따른 버블형성기와 같이 차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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