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정보기술(IT)과 가전 시장에서 국내ㆍ외적으로 대변혁이 예상된다.
거의 포화상태에 달한 이동통신 시장은 정부가 조만간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허용할 것으로 보여, 가입자들의 대거 이동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3세대 이동통신이 대거 등장,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전이 예고된다. 본격적인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가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독일월드컵 등 초대형 스포츠 대회가 잇달아 열려 대형 TV 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반도체, PDP, LCD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업체를 견제하려는 외국 업체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IT-서비스는 내수, 장비는 해외시장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이동 통신에 가입한 회원수는 3,840만명 선이다. 올해에도 4,000만 명은 넘지 않을 전망이다.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뜻이다.
더욱이 3월 이후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2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대해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허용되면, 업체간 경쟁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액수가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본격화하고, 4월부터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3세대 이동 통신인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할 입장이다. 결국 투자는 늘고, 벌어들이는 것은 적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반면 신규서비스 확대로 휴대폰 생산업체의 여건은 좋은 편이다.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현실화하면 교체수요가 크게 늘어날 게 분명하다. 휴대폰 업체들은 이에 따라 다양해진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다기능, 다품종 휴대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유럽시장을 둘러싼 WCDMA와 DMB폰의 경쟁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기를 얻고 있는 프리미엄폰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팬택은 프리미엄부터 저가폰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으로, VK는 100달러 미만의 저가폰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올 한해 휴대폰 시장규모를 9억대(전년 대비 3.8% 증가) 가량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올해 생산목표를 지난해 보다 15% 많은 1억5,000만대를 잡고 공격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LG전자는 3세대 이동통신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올해 목표판매 대수는 7,000만대다. 팬택은 번호이동이 활성화하면서 올해 1,500만대 가량의 내수시장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판매대수를 2,700만대로 잡았다.
전자, 가전-해외시장 확보 주력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에 주력하는 전자, 가전 분야는 환율 하락과 고유가라는 불안 요소가 있지만 여전히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고 달러화 자산을 축소하는 등 환율에 대한 불안 요소를 떨쳐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낸드 플래시메모리, PDP, LCD패널 생산에서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올해도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가져다 줄 가전업체의 선전도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토리노 올림픽과 독일 월드컵으로 대형 디지털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판단, 올해를 디지털TV 대중화 원년으로 삼고, 가격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패널과 PDP패널의 보급망을 갖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며 “두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가격인하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전자태그도 '일상속으로'
올해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인터넷TV(IPTV), 3세대 이동통신(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ㆍWCDMA), 전자태그(RFID)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선보인다. 일상생활을 바꿀 이들 서비스의 전망을 소개한다.
▦ 지상파 DMB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KTF와 LG텔레콤에 따르면 이동하며 휴대폰으로 TV를 볼 수 있는 지상파 DMB폰은 하루 평균 400대 가까이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 등 지하구간과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서 방송을 볼 수 없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첫 선을 보인 와이브로는 올해 3월 시범서비스를 거쳐 상반기 중 서울 및 수도권에서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휴대폰, 개인정보단말기(PDA), 노트북용 접속카드 등이 보급되면 급격한 가입자수 증가가 예상된다.
▦ 인터넷TV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각 가정의 TV로 인터넷과 실시간 방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서비스는 현재 기술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KT 등 주요 서비스 업체들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새로운 통신방송융합 서비스로 보고 관련 제도를 새로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방송위원회는 실시간 방송인 만큼 방송법으로 단속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 3세대 이동통신
휴대폰으로 동영상 등 대용량 멀티미디어 자료를 고속으로 주고받기 위해 개발된 WCDMA 기술은 4월 초고속하향패킷전송(HSDPA) 서비스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3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3세대 휴대폰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1억대에 이를 전망이다.
▦ 전자태그
각종 상품에 바코드 대신 반도체로 된 RFID를 붙여 계산, 유통, 재고정리 등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RFID가 붙은 제품은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해도 가격이 바로 집계되며 이를 학생증에 적용하면 강의실 문을 통과함과 동시에 자동으로 출석이 확인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일부 공공업무에 RFID 기술도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 통신사 CEO "신규서비스 승부"
유선 및 이동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한결같이 신규 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이미 통신서비스 시장은 유선 및 무선을 막론하고 성장하기 힘든 포화상태에 달한 만큼 이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각 사 CEO들의 신년사에는 이 같은 고민이 역력히 배어있다.
KT 남중수 사장은 “지난해에는 신규 서비스 부진으로 통신시장이 정체된 한 해였다”고 전제하고 “올해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인터넷TV(IP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설비투자가 필수인 만큼 지난해보다 20%이상 증가한 3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중이다. 반면 시장확대에 치중한 공격 경영 대신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어서 매출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KT는 부산, 파주, 대전 등에서 유비쿼터스 시티 사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SK텔레콤의 김신배 사장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해 세계적인 통신 업체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임직원이 모두 SK티즌(SKtizen)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K티즌은 도전정신, 창의성, 협동심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멜론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 외에 와이브로 등 신규 서비스를 내놓아 지난해 1,950만명의 가입자를 2,0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KTF의 조영주 사장은 경쟁이 심화된 시장 환경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그는 “은행, 방송사, 자동차 회사까지 경쟁상대”라며 “제휴와 경쟁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위한 재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차별화한 서비스 개발 등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KTF는 지난해 체결한 일본 NTT도코모와의 제휴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영화투자 등 콘텐츠 사업에 대한 윈윈모델 발굴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LG텔레콤의 남용 사장은 올해부터 내년까지의 목표를 ‘368’이라는 숫자로 집약했다. 매출 3조5,000억원, 순이익 6,000억원, 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차세대 통신서비스를 위해 올해 800억원을 포함, 앞으로 3년간 총 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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