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1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인디오 출신들이 볼리비아 내각을 접수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취임 하루 만인 23일 진보성향의 인디오로 구성된 ‘사회주의 인디오 내각’을 출범시켰다. 16명의 각료 대부분은 중산층 이하 출신으로 볼리비아 내부에서도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노동조합 위원장이나 마르크스주의자 등이 대거 포진했고 여성도 4명이나 발탁됐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원의 국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에너지 장관에는 일간지 엘 디아리오 기자 출신으로 변호사를 지낸 안드레스 솔리스 라다 전 의원이 임명됐다. 기자 시절부터 칼 마르크스를 인용하면서 볼리비아 자연자원의 국유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인물이다.
과거 정권에 대해서도 “볼리비아 국익을 지키는데 실패했다”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급진 반미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남미 통합을 주창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포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는 임명된 뒤 “미국 석유회사들은 힘을 뺄 필요가 있으며 이것은 혁명”이라고 말해 반미와 자원 국유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다비드 초케왕카는 모랄레스와 같은 아이마라 인디오 출신으로 인디오 교육에 16년 동안 몸담았던 인물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외교 경험은 전무하다.
신설된 수자원 장관에 임명된 아벨 마마니 역시 인디오 혈통으로 인디오 반정부 세력의 중심지인 빈민도시 엘 알토에서 급진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대규모 폭력 시위를 이끌어 그 동안 대통령 2명을 중도 퇴진시킨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월터 비야로엘(광산장관), 산티아고 갈베즈(노동장관), 유고 살바티에라(농업장관), 카시미라 로드리게스(법무장관) 등은 모두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다.
신임 내각은 무엇보다 볼리비아 인구의 65%를 차지하면서도 인구의 15%에 불과한 백인들에 의해 소외당해왔던 인디오들의 권익신장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심각한 차별을 받아온 인디오들에 대해 사회 전부문에서 올바른 대우를 받도록 하기 위해 개헌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혀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날 각료들에게 “제로 부패와 제로 관료주의를 달성하는 것이 바로 당신들의 임무”라고 밝힌 것은 국가재건 수준의 전방위적 개혁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