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으로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 업체에 대해 1년 안에 지분매각 등 강제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삼성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 에버랜드가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정 날 경우, 삼성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재정경제부가 24일 4월 국회통과를 목표로 입법예고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부득이하게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된 기업은 1년 안에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벗어나도록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현행법에는 강제 시정 조치 규정이 없어, 지금까지는 제재방법이 없었다.
업계의 관심은 삼성에 모아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금융기관을 지배하면서, 출자한 자회사의 지분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어야 한다.
문제는 애초 금융지주회사로 등록한 회사가 아니어도 자회사의 주가상승 영향으로 비자발적으로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삼성 에버랜드가 그런 경우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 총수일가 소유인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하면 연쇄적으로 삼성생명의 가치가 높아져, 에버랜드가 소유한 삼성생명 지분의 가치가 에버랜드 전체 자산의 절반을 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2004년 4월 그런 경우가 발생했고, 삼성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소유한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은행에 신탁하려 했지만 금융감독위원회가 “신탁한 지분도 에버랜드 소유로 봐야 한다”고 판정해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은 이어 한국회계연구원이 제시한 회계기준 변경을 이유로 지난 해부터 에버랜드가 소유한 삼성생명의 지분을 취득원가(원가법 적용)로 회계처리하기 시작했다.
삼성생명 지분을 실가(지분법 적용)로 처리하면 에버랜드 자산의 50%를 넘어서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이지만, 원가로 처리하면 비율이 낮아져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회계기준 변경권한이 있는 회계연구원 산하 위원 7명 중 4명이 삼성 출신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논란을 낳았다.
회계연구원 관계자는“연구원은 지분법 적용기준이 되는 투자회사와 피투자회사 간의 ‘중대한 거래’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해 약간의 문구 수정을 했을 뿐이며, 삼성이 제대로 원가법을 적용했는지는 삼성의 회계감사법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3월 회계법인이 제출할‘에버랜드의 2005년 연말 사업보고서’가 고비가 되는 것이다. 지난 반기보고서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회계법인이 갑자기 연말보고서에서 이를 문제삼을 가능성은 낮지만, 금감위가 이후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삼성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을 판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고, 금감위의 위반판정이 그 이후에 나온다면 에버랜드는 당장 1년 안에 삼성생명 지분매각 등 시정조치에 나서야 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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