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세의 오마르 쿠바시는 이라크의 저명한 심장전문의로 한 때 의무부대장을 지냈다. 그의 바그다드 병원 문에는 ‘환자들은 암만에 있는 쿠바시에게 전화하라’는 쪽지가 걸려 있다. 작년 5월 그는 의사 9명과 함께 ‘열흘 내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편지를 받고, 이틀 뒤 요르단 암만으로 왔다.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재 엑서더스의 한 단면이다. 2003년 전쟁 전후만 해도 탈출러시는 외국인과 기독교인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라크의 장래 비전이 어둡고, 납치가 일반화하면서 부유층과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재들의 탈출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학생들도 졸업하면 바로 떠날 채비를 하면서 여권 발급소는 언제나 초만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국가 재건에 가장 필요한 핵심 인력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 각 분야는 인재가 흩어지면서 체계마저 무너지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가 떠나자 수련의는 교육을 위해,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주변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탈출 러시의 원인은 악화한 치안상태와 빈곤. 이로 인해 납치가 수지맞는 사업으로 번창하면서, 누구든 부자로 보이면 납치 대상이 된다. 당연히 사업가나 전문가가 표적이다. 단돈 수백달러를 벌기위해 어린이까지 납치하기도 한다. 관리들은 돈을 대지 못해 희생된 시신들이 하루에도 수십구씩 발견된다고 전한다.
엑서더스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단기여행 비자로 요르단이나 이집트 시리아 또는 서방으로 출국하기 때문인데, AP 통신은 대략 8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라크 내무부에 따르면 요르단행 항공편만 따져 지난해 6월까지 하루 250명 가량이던 출국자가 최근 1,100명으로 늘어났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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