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首長)은 출전의 칼을 빼 들었지만 진중(陣中)은 둘로 갈려 소란스럽기만 하다. 경찰 내부는 23일 경찰청장 직무대행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검찰을 향해 모든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강공 결의를 밝히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제각각 주판알을 튕긴 24일의 분위기는 미묘했다.
술렁인 건 일선의 하위직이었다. 심정적으론 “한 점 부끄럼 없다. 나를 조사하라”는 최 차장의 위풍당당함에 동조했다. 그러나 검찰과의 진짜 전투 목표가 ‘수사권 쟁취’쪽으로 쏠리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위직의 걱정은 크게 두 가지. 먼저 근속승진 확대 등을 담은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물건너가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이날 정부가 하위직 경찰공무원의 근속승진에 대한 법적 근거만 남기고 계급별 근속승진 연한은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하도록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걱정은 불만으로 변했다.
근속승진 확대를 주장해온 ‘대한민국 무궁화클럽’ 홈페이지에는 “원안대로 처리하라” “수뇌부가 힘을 쏟아야 할 곳이 어디인가”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검찰의 보복설 역시 하위직의 목을 옥죄고 있다. 검찰이 경찰비리에 대해 전면 수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자칫 불똥이 일선에 튈까 봐 걱정하는 눈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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