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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떠나는 '18년 경제대통령', 美 번영 뒤엔 빚더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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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떠나는 '18년 경제대통령', 美 번영 뒤엔 빚더미가…

입력
2006.01.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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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8월 이후 18년 6개월간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앨런 그린스펀(80)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31일 퇴임한다.

재임 중에 그린스펀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면서 경제학자 등으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 총재’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더할 나위 없는 호평을 받아왔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그린스펀은 주가 폭락, 세계 금융위기, 테러 공격, 전쟁을 비롯한 각종 충격을 극복하고 인플레이션 억제와 저금리 정책 등을 통해 낮은 실업률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일궈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퇴임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일부에서는 그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평가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린스펀 의장이 기록적인 가계 부채와 무역적자로 인해‘빚더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라’를 유산으로 남기고 떠난다는 지적을 소개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에 분명히 경제가 번영했지만 그것은 ‘빚더미 위에 세워진 번영’이라는 평가다. 미국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말 현재 11조4,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7,000억달러를 넘어선 무역적자도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이 빚투성이가 된 것은 그린스펀 의장이 2001년 3월 이후 2년6개월 동안 12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저금리를 믿고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돈을 빌려 집과 자동차, 수입품을 사들이면서 가계 부채와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그린스펀 의장은 이러한 일부의 비판을 잘 알고 있고 비판에 대한 항변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2001년은 인터넷에 기반한 이른바 닷컴주식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주식시장이 파국을 경험한 직후다. 이때 저금리 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미국 경제는 길고도 고통스러운 경기침체에 빠졌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그린스펀 의장도 “적정한 규모의 빚은 경제성장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만 도가 지나치면 심각한 문제로 변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빚이 포스트 그린스펀 시대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보아야 그린스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린스펀은 젊은 시절 떠돌이 악사로 동료들의 세금 문제를 조언해 주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경제학을 공부해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컬럼비아 대학을 거쳐 뉴욕 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68년 닉슨 대통령 후보의 고문을 지낸 이래 74년 포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77년 타우샌드그린스펀 사장 등을 거쳐 87년 레이건 정부 때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물경제에 특히 밝아 평소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각종 금융지표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무튼 이러한 칭찬과 비판에도 불구, 그린스펀 의장은 퇴임 후에 더 부유해질 것 같다. 의장 연봉이 18만달러였지만 퇴임 후 1회 강연료가 15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더구나 그가 책을 쓴다면 베스트셀러는 따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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