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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대체복무제 윈윈게임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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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대체복무제 윈윈게임으로 풀자

입력
2006.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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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 정성옥, 오정록, 고동주. 얼굴, 종교, 직업이 모두 다른 이들을 왜 우리는 함께 기억하고 있을까. 바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젊은이들을 향해 분단의 현실 속에 나라와 어미도 모르는 녀석들, 혹은 이단 종교에 빠진 맹목적인 광신도들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혹시 이것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사회, 즉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충돌하는 비상사태에도 양심의 자유가 가장 우선시 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이 시대 젊은이들의 항거는 아닐까. 2005년 12월 기준으로 1,186명의 병역거부자가 수감되어 있고, 매년 평균 600여 명이 감옥행을 택하고 있는 한국! 어느 나라보다도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추동력이 컸던 우리가 평화를 향한 이들의 뜻을 품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안보의 위협 때문일까, 아니면 불관용의 정신 때문일까.

칼을 쳐서 보습으로. 설움과 고독으로 인해 흘리던 그들의 눈물을 쪽방에서 홀로 죽어 가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흘리게 해주자. 차가운 독방에서 마냥 비벼댔을 두 손을 부모에게 버림받아 서러운 고아들을 안아주는데 쓰게 하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범죄자’가 아닌 ‘대체복무자’로, 감방이 아닌 도울 손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자. 이거야말로 모두가 함께 사는 윈윈전략이 아닐까.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양심의 측정 여부, 악용될 소지, 병역의무 이행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안보의 불안 등 대체복무제가 입법화되기까지 어려운 설득과 정교화의 과정이 남아있다.

하지만 남북 대치로 인한 군사적 위협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양극화 심화로 인한 계층 간 갈등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 모자란 복지 인력을 메워줄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은 병영문화 개선 못지않게 시급한 사회 현안일지도 모른다.

이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 그리고 대체복무제 도입이 옳으냐 그르냐의 지루한 논의를 넘어, 이것을 슬기롭게 잘 극복했을 때 도래할 멋진 한국 사회를 생각해보자. 양심의 자유가 살아있고, 병영문화가 선진화되어 있으며, 병사는 국경을 지키고, 대체복무자는 보이지 않는 계층 간의 휴전선을 메워나가는 사회, 이로 인해 우리의 군사안보와 사회안보가 모두 견고해지는 바로 그때, 통일을 향한 우리의 내재적 역량 역시 함께 커질 것이다.

김경미 평화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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