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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눈 속의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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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눈 속의 마을들

입력
2006.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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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엔 다른 고장에서는 볼 수 없는 몇 가지 생활용품이 있다. 겨울이면 썰매를 아이들만 타는 게 아니다. 혹시 소가 끄는 썰매를 본 적이 있는지. 눈 오기 전에 산속에 나무를 해놓는다. 사람이 일일이 지게로 져 나르기엔 너무 많다. 그것을 눈 내린 다음 소가 끄는 썰매에 싣고 온다.

언젠가 용평 스키장에 갔더니 그렇게 소가 끄는 썰매에 도시의 아이들이 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썰매를 ‘발구’라고 불렀다. 산소에 놓는 무거운 상석도 발구에 실어 날랐다.

눈이 내려도 장화가 없던 시절, 눈이 와도 푹푹 빠지지 않고 걸을 수는 없을까 해서 신발 바닥에 대어 덧신고 다니던 게 설피다. 눈에 빠지지 않기도 하지만 미끌어져 엉덩방아를 찧을 일도 없다. 그걸 신고 어른들은 산에 가서 눈 속에 제대로 뛰지 못하는 짐승들을 잡아왔다. 설피마을이란 동네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물건들이 대관령 산골마을엔 집집마다 있었는데 이젠 예전에 있던 물건도 구경하기가 어렵다. 지금도 더러 만들기는 해도 실제 생활에 쓰기 위해서 보다 예전에 이런 것도 있었다, 하고 산장이나 카페, 음식점 같은 곳에 전시하여 보여주기 위해 만든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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