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요구요? 어제 한 건 있었고, 오늘은 한 건도 없네요.”
국민은행 영업부 VIP라운지의 이선이 대리는 24일 “오전 회의 때 직원들끼리 환매 요청이 쏟아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했는데 별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며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문의 전화만 평상시보다 서너 배 많은 10통 정도씩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18일부터 이어진 폭락장세로 증시 불안감이 계속되면서 주식형 펀드 환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주식 편입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악화가 예상되면서 고객들이 대량 환매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특히, 주식형 펀드는 수탁액이 32조원을 넘어서면서 급증해 그 동안 국내 증시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에 대량 환매 사태가 발생할 경우 증시 상승 추세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주식형 펀드 수탁액 일일 증가분이 724억원에 그친 데 이어 23일 기준으로는 28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들어 최근까지 하루평균 증가액 1,600억원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들이다.
그러나, 펀드의 주요 판매창구인 은행에서는 대량 환매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대리는 “대부분의 문의 고객들이 장기보유 목적이라면 계속 보유 하시라는 권유를 받아들이는 편”이라며 “오히려 하루 4~5건 정도이던 신규가입 문의가 어제(23일)는 8건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영업점의 위현정 차장도 “최근 주가 하락으로 펀드의 수익만 하락했을 뿐 원금이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고객 문의가 워낙 드믈어 오히려 은행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드리고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 기다릴 생각이라는 반응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23일 현재 국민은행의 주식형 펀드 잔액(가집계)은 6조5,400억원 정도로 전날보다 100억원 늘어났다. 최근의 일평균 증가액인 150억~200억원보다 매수 강도는 확실히 약해졌지만 여전히 신규 매수액이 환매액을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도 펀드 환매가 일부 이뤄질 수는 있지만 대량 환매 사태는 기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바이 코리아’ 열풍 이후인 2000년이나 9ㆍ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년 모두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주식형 펀드는 오히려 증가했다”라며 “펀드 환매가 본격화한 것은 조정이 마무리된 후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과거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코스피지수가 정점을 형성한 이후 지수 하락률이 20~40%에 달하는 시점, 기간으로는 최소한 4개월이 지난 후에 시작됐다”며 “특히, 최근에는 적립식 펀드 활성화와 금리 경쟁력의 근원적 하락 등 펀드 시장의 주변 여건이 달라진 상태라 펀드 환매에 대한 우려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