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을 앞둔 경찰청 차장 수행비서 강희도 경위가 검찰수사에 대한 불만을 유서로 남긴 채 자살했다. 삼가 애도를 표한다. 하지만 결코 자살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고인의 죽음을 이용해 진실을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강 경위의 죽음은 윤상림이 도대체 누구와 연계되어 어떤 비리를 저질렀고 그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한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전ㆍ현직 검찰 고위간부 및 고위직 판사 등 법조계 인사와의 관계 및 이를 통한 청탁 등 소위 ‘커넥션’이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 의문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수사권을 둘러싸고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경찰 최고책임자에게 검찰수사가 집중되고 수사과정에서 흘러나온 확인되지 않은 돈 거래 의혹에 대해 언론 보도가 계속되던 와중에 강 경위가 자살해 경찰 내부에서는 표적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검찰 관련자 수사부터 먼저 해 결과가 나온 후라면 경찰이 반발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주장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검찰이 의혹의 대상인 윤상림 사건을 검찰 스스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문제에 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은 차치하고라도 그동안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에 검찰 전ㆍ현직 고위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특별검사를 도입한 경우에만 그 실체의 일부나마 드러났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의문투성이의 지하실로 통하는 윤상림이라는 문을 활짝 열어야 그 실체를 파악하고 소독과 방제를 할 수 있지만 지상과 지하에 한 발씩을 걸쳐두고 있는 검찰에 그 역할을 맡기기엔 무리가 있다. 혼자만 문을 살짝 열어 만만한 희생양 몇 끄집어내고는 다 들추어냈다고 할지 모른다는 의문을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추진하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설치도 검찰의 반대와 반발로 무산되었다. 특별검사를 도입하든, 검경 교차수사 방식을 도입하든, 이번 윤상림 게이트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부패한 정관재계 커넥션을 샅샅이 밝혀내야 한다.
그 후에 홍콩의 염정공서, 싱가포르의 부패수사처, 호주의 부패방지청처럼 수사 및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강력한 부패조사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독점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살아남아 번성하는 유일한 길은 건강한 제도와 구조를 바탕으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해 인적 역량을 최대화하는 것인데 부패와 비리는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객관적 수사인력이 담당해야
빈부차로 대표되는 양극화보다 더 큰 문제는, 힘 있고 가진 자에게는 법도 유연성과 관용을 베풀고 힘없고 약한 자에게는 가혹하고 엄정한 법의 채찍이 내려쳐지는 ‘정의의 불균형’ 현상이다.
누구든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유독 있는 자들의 실수와 잘못은 윤상림 같은 브로커를 통해 돈 쓰고 커넥션 이용하면 가려지고 덮이는 반면에 약하고 없는 이들의 실수와 잘못은 일벌백계의 대상이 된다는 일반의 인식이 있는 한 어떤 양극화 해소 대책으로도 국민화합을 이룰 수 없다.
윤상림 사건으로 표면화된 힘 있고 가진 자들끼리의 커넥션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지 않는 한 범죄자들이 흔히 쓰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유행어가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표현으로 고착될지도 모른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수사인력을 통해 경찰, 검찰, 법원 그리고 정부 각 기관에서 윤상림과 검은 거래를 한 모든 공직자를 밝혀내고 이들 간의 거래가 사건이나 정책, 인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철저히 밝혀낼 것을 촉구한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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