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0여년 동안 재개발이 미뤄져 왔던 주택재개발지구에 대해 공원을 만들고 주민들에게는 대신 시영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묘안을 짜냈다. 주민들은 특정 지역 아파트 입주가 보장될 경우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혀 최초의 ‘아파트 안 짓는 재개발’이 실제 성사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는 성동구 금호동 1가 산 37번지 일대 노후 주택지역(지도)에 대해 아파트 대신 공원을 조성하는 주택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지역은 1973년 건설교통부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면적이 2,350평(폭 60㎙, 길이 230㎙)에 불과해 재개발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그 동안 임대주택을 포함한 아파트 2개 동을 짓는 저밀도 재개발 계획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분양아파트로 지어야 한다는 주민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그 와중에 이 지역 주택 52채가 모두 철거 대상인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이 지역은 부지가 좁고 경사진데다가 도로까지 끼고 있어 아파트 개발의 사업성이 없다”며 “바로 옆의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조망권ㆍ일조권 등을 감안하면 공원개발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주택 재개발을 폭 넓게 해석하면 공원 조성도 정비기반시설의 개선으로 간주해 아파트 없이 공원만 지을 수도 있다"며 건교부의 최종 법률검토를 마치는 대로 주민과의 협의를 거쳐 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시는 이곳에 공원이 들어서면 그 동안 분리돼 있던 응봉산 근린공원 대연산지구와 응봉산지구를 연결하는 ‘생태 통로’역할을 하게 돼, 서울시의 생태축을 복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곳은 시유지라 주민 보상ㆍ이주비를 포함해 4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원화 계획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서초구 우곡ㆍ세면지구 등 특정지역 시영아파트 입주권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 1-7지구 주택재개발조합 강근대 조합장은 “그 동안 자체적인 재개발 추진으로 많은 비용이 들었다”며 “우리가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 입주권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다른 재개발 지역과의 형평성과 입주시기 등을 고려할 때 특정지역 입주권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