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닥 시장이 대폭락하면서 갖가지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양산했다. 하락폭은 4년4개월만에 가장 컸고, 하락종목수는 사상 최다였으며 사상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되면서 주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600선까지 무너뜨리면서 단기적인 '시장 붕괴'상황까지 연출했다. 환율, 유가, 미국 기업실적 부진과 글로벌 증시의 위축 등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한데다가 기관이 중소형주들을 투매하는 양상이 빚어지면서 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렸다.
이날 코스닥지수 종가인 601.33은 지난해 11월1일 수준. 일주일이 채 못 된 기간에 지수가 3개월 전 수준으로 되밀린 셈이다.
이날 하락폭(63.98포인트)은 9.11 테러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71.60포인트) 이후 4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었고 하락률(9.25%) 역시 2001년9월12일(11.59%) 이후 최대 하락률이었다. 하락종목수도 895종목에 달하면서 지난 18일의 종전 최다 기록을 5일만에 경신했다.
수급 측면을 보면 '코스피는 개인 투매, 코스닥은 기관 투매'로 요약된다. 개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무려 5,200억원대의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지수가 계속 급락세를 보이면서 "뒤늦게나마 손절매를 하자"는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은 주가 급락이 시작된 지난 18일만 해도 1,18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조정 후 조기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었으나 주가가 계속 빠지자 3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지난 17일부터 5일 연속 코스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며 '코스닥 투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펀드 환매에 대비한 현금 보유 목적과 ▦손절을 감수한 중소형주 비중 감소가 코스닥 투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코스피에서는 18일 대규모 매도 우위를 보인 이후 3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고, 코스닥에서도 23일 355억원의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외국인이 저가에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아직 주식형 펀드의 대량 환매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자금 유입 탄력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20일 기준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32조4,700억원으로 전날 대비 증가액이 730억원에 그쳤다. 이는 올들어 주식형 펀드 하루 평균 유입액 규모가 1,600억원인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만일 주가가 당분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할 경우 주식형 펀드의 환매 압력이 계속 가중되면서 수급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속단은 이르지만 이 경우 수급 악화가 주가 추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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