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받들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단순히 듣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체험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고객을 제품개발에 참여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가전업체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공급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prosumer)와 얼리어답터(early-adopter)를 활용한 마케팅이 제품의 성공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개발한 대표적 제품이 쿠쿠홈시스의 ‘나누미’이다. 이 제품은 밥솥 하나로 두 가지 밥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밥솥 내부에 칸막이를 설치한 것이 특징. 자장면과 짬뽕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중국집의 짬자면 용기와 유사하다.
‘아이들이 콩밥을 싫어하는데 잡곡과 흰밥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밥솥을 개발해 달라’는 소비자 이메일을 받고 제품개발을 하게 됐다는 것이 쿠쿠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쌀이나 물의 양을 조절하면 진밥과 된밥도 동시에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한다.
올해 초 정수기 시장에 뛰어든 청풍은 생수통을 제품 하단에 부착하는 ‘청정무구’를 내놓았다. 이 제품도 무거운 생수통을 갈아 끼워야 하는 불편함을 지적한 소비자들의 불만에서 힌트를 얻었다. 헤어드라이어, 면도기 전문회사인 유닉스 전자는 지난 해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접수한 모델을 보완한 ‘잇츠매직’이라는 제품시리즈를 출시해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 해 말 선보인 위니아 만도 김치냉장고 ‘딤채’는 주 사용자인 주부의 평균 키(160㎝)에 맞춘 인체공학적 설계가 돋보인다. 김치냉장고가 높아 김치통을 넣고 꺼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하는 이른바 얼리어답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LG전자의 초콜릿폰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지난 해 휴대폰 출시를 앞두고 국내 대표적인 휴대폰 커뮤니티 세티즌(www.cetizen.com) 회원에게 제품을 미리 선보여, 반응을 지켜본 뒤 마케팅에 적극 활용, 큰 성공을 거뒀다.
LG전자는 이어 회원 50명을 별도로 선발, 휴대폰 제품의 기획단계에서 마케팅, 디자인 등에 참가하는 ‘싸이언 프로슈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행사기간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제출한 프로슈머에게는 10만원의 활동비와 5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 분야의 맏언니 격은 삼성전자의 주부 모니터 요원.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 때마다 실 수요자인 주부들의 눈으로 제품을 평가한 뒤 이들의 의견을 차기 모델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동양매직의 구매자들의 모임인 ‘매직 패밀리’는 신제품 개발은 물론, 광고모델을 교체하는 우먼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뿐 아니다. 독일 주방용품 업체인 휘슬러코리아는 지난 달 롯데백화점 본점에 ‘휘슬러 쿠킹 스튜디오’를 열고, 요리강좌를 통해 소비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코닥, 올림푸스 등도 신제품 개발관련 조언을 듣기 위해 국내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한국 고객과 접촉을 활성화하고 있다.
한 가전회사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는 가전시장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즉각 반영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진정한 소비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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