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은 23일 오후 3시로 예정됐지만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정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취재진 사이에선 이미 최 차장의 자진 사퇴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에 이어 경찰청 차장까지 옷을 벗게 되는 경찰 초유의 수뇌부 공백사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후임 청장 대행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설익은 전망도 나왔다.
최 차장의 거취문제가 급변한 것은 오후 3시20분께. “청와대에서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리면서 회견장은 웅성거렸다. 취재진은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최 차장은 오후 3시30분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정복대신 양복 차림이었다. 그는 “경찰청장 직무대행 최광식이 아닌 경찰 최광식으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나왔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미리 준비한 A4 용지 2장 분량의 ‘윤상림 사건 수사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문건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사랑하는 직원이 자결해 참담한 심정” “몇 번이나 사퇴를 생각” 등을 밝힐 땐 비장했다.
특히 “이 시간 이후 저와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는 부분을 읽을 땐 목소리를 높였다.
입장발표 후 이어진 일문일답에선 오히려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리 준비한 통장 입ㆍ출금표를 직접 기자들에게 들어보이며 “가족의 것을 포함한 모든 계좌 13개 중 현금 입ㆍ출금 계좌는 2개뿐인데 이걸 확인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 아니냐”며 검찰 수사와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최 차장은 검찰 수사와 관련된 질문엔 언급을 자제했지만 자신의 무고를 해명하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는 또 “내사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은 사표수리가 안 된다”며 청와대의 사퇴 만류설을 부인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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