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인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종 정책은 난무하는데 국민에게 실제로 와 닿는 건 없다. 그래서 국민은 실질적으로 일을 해내는 것을 갈망하는 것 같다.”
_청계천 효과가 컸다고 보나.
“그게 전부는 아니고…국민들이 청계천을 통해 뭔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본 것 같다.”
_청계천 신화는 서울이라는 특수성, 홍보의 승리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나는 일꾼, 이 시장은 춤꾼’이라고 했다.
“내용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막대한 권력을 쥔 군사정권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민주화 사회에서, 그것도 야당 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해가 엇갈리면 한 치도 못 나가지 않느냐. 그런데 계획대로 딱 이뤄내니까…거기서 오는 시대적 판단이 있는 것 아닌가.”
_뭐가 가장 어려웠나.
“청계천 상인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사실상 불가능하게 보였다. 22만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반대했다. 죽음도 불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명의 희생자라도 나왔으면 촛불시위로 끝장났을 것이다.”
_어떻게 설득했나.
“원칙을 일관되게 밀고 갔다. 영업 보상은 줄 수 없었다. 대신 예전보다 장사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시장부터 계장까지 나서 상인들을 직접 만나 1년 내내 설득했다. 4,200번이나 만났다. 신뢰는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한다. 이해가 엇갈린 사람간에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_수도이전도, 행정복합도시도 반대했다. 그러면 지방은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냐.
“GDP가 높은 울산이나 포항은 서울을 나누어서 옮겨간 게 아니다. 새로운 창업이었다. 경제는 나눗셈이 아닌 곱셈으로 접근해야 한다. ”
_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가.
“공공기관 이전 지역에서 보면 낫겠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어떨지는 따져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 전체를 봐야 한다.”
_경부운하건설도 기회가 되면 추진할 생각인가.
“선진국들은 강과 바다를 잘 활용하는데 우리는 모두 하수용으로 쓴다. 내륙의 큰 강을 이렇게 쓰는 나라가 없다. 우리는 수자원 부족 국가 아닌가. 우리나라 비의 70%는 그냥 흘러간다. 그 중 10%를 건지자는 것이다. 경부운하는 뉴딜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다.”
_송파신도시 건설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하는데.
“우선 행정구역 문제가 있다. 서울시 땅으로 신도시를 만들려면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03년 정부의 1차 부동산대책 중 첫째가 강북 뉴타운 개발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지원을 해 주지 않았다. 강남에 붙은 신도시를 만들면 강북은 어떻게 되겠는가.”
_정부가 재건축 허가권을 자치단체로부터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상식 이하의 이야기다. 중앙의 권한은 줄이고 지방 분권으로 가야 한다. 권한을 줄이면 사람도 줄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시끄러운 것이다. ”
_8ㆍ31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탁자를 내리치며)“부동산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지 정치 논리로 풀려고 하면 늘 실패한다. 공급을 꾸준히 늘리면서 투기세력에 대해 철저히 과세를 하면 점진적으로 해결된다.”
_박정희식 개발주의 리더십이라는 평이 있다. 이해집단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금 그런 리더십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해집단간 충돌을 나 만큼 잘 해결한 사람이 있나. 청계천, 서울교통체계 개편은 이해가 극심하게 상충된 사례였다. 그리고 인간이 존속하는 한 개발은 지속돼야 한다. 개발주의 리더십 운운하는 것은 말의 장난이고 트릭이다.”
_그러면 차기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갖춰야 하나.
“21세기는 다국적 협력이 이뤄지는 시대니까 국제감각이 있어야 한다. 또 21세기는 경제전쟁의 시대다. 경제 전쟁은 국경이 없어 더 무서운 싸움이다. 행복은 경제성장에서 오고 행복의 기준은 일자리이다. 국제감각이 있고 경제를 아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_전임 시장인 고건 전 총리와 자주 비교되는데.
“살아온 생애와 경력, 멘탈리티가 달라 비교할 수 없다. 참 얼마 전 방송을 보니까 고 전 시장이 ‘나 같으면 청계천 바닥에 콘크리트를 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씀했다. 깜짝 놀랐다. 콘크리트가 아니고 경화토다. 물은 빠지게 돼있다. 가 보시고 말씀 하시지.”
_고 전 시장을 평가한다면.
“덕담을 하자. 행정의 달인이라고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만큼 장수하면서 일관되게 행정을 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대단한 분이다.”
_자파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당내 기반이 넓어진 것인가.
“지금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놓고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야당이 국회에 돌아갈 명분을 줘야 하는데 이 정권은 그렇지 않으니 야당이 답답한 것이다. 의원들이 이 국면을 해簫求쨉?누가 더 적격인가를 판단했을 것이다. 친박 대 반박으로 분석하지 말라.”
_그래도 속으로는 좋지 않았나.
“나쁠 이유는 없지 않나(웃음). 김무성 의원도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다.”
_한나라당이 더 이상 국회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과거 정권에서는 대통령이 양보도 하고 길을 터 주었는데 이 정권은 그런 게 없다. 새로 여당 원내대표단 구성되면 그게 하나의 모멘텀이 될 것 같다. 길이 열리겠지.”
_황우석 교수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황 교수 사건이 순순한 과학적 사건인지 정치적 성향이 있는 사건인지 잘 모르겠다. 과학 이외의 부분이 개입돼 있다고 보고 국회가 조사해보자는 것 아닌가.”
_여론조사를 해 보면 황 교수에게 기회를 더 주자고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람들이 그만큼 안타까워 한다는 것이다. 기회를 다시 주는 문제는 조사해 보면 알 것이다. 다만 독점적으로 기회를 주면 안 되고 여러 과학자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어야 한다.”
_전 세계가 중도로 통합되는데 우리는 여전히 좌우가 대립하고 있다. 해결책은.
“전적으로 현 정권의 책임이다. 건전한 정권이 들어서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_이 시장의 이념적 좌표는 어디인가.
“두 말 할 것 없는 보수다. 그런데 내가 일을 개혁적으로 하다 보니 진보 쪽으로 보는 경향도 있더라.”
_구체적으로 묻겠다. 북한 인권 문제만 하더라도 정부는 북핵 해결,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잠시 접어두자는 입장인데 보수세력들은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권 문제를 다루지 말자는 것은 안 된다. 21세기는 인권보다 다른 것을 앞세울 수 없는 시대다. 다만 어떻게 다루느냐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인권 문제를 적절히 제기하는 게 북한의 연착륙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_작년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안주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지지율 40%대가 됐다고 해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와 박 대표가 손을 잡으면 해보나마나 이긴다는데 그렇지 않다. 굉장히 노력해야 한다.”
인터뷰=이영성 부국장대우 정치부장 정리=최문선기자
■ 포인트
이른바 ‘이명박 시장 무조건 출마설’이 있다.
그의 나이(64)를 감안하면 대권 재수는 힘들고 따라서 2007년 대선에는 무조건 출마할 것이란 논리다.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대표에게 지면 불복하고 출마할 것이다”, “경선 전 일찌감치 대세가 기울면 탈당 등의 선수를 칠 것”이라는 얘기가 무조건 출마설로 포장돼 나돌았다.
이 시장은 ‘무조건 출마설’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걱정도 팔자”라며 “요샛말로 ‘너나 잘 하세요’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건 여당쪽에서 나오는 기대일 것”이라며 “2004년 선거법 개정으로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하면 본선 출마를 못하게 됐다”는 추가 설명도 곁들였다.
자신의 과거사도 꽤나 길게 거론했다. 그는 1995년 민자당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정원식 전 총리와 경선을 벌인 일이 있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마음은 정 전 총리에게 가 있었고, 결국 정 전 총리가 승리했다.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지지했던 청년들과 함께 펑펑 울었지만 당을 위해 승복했다”고 했다.
과거 대선에서의 잇단 패배는 야당 분열이 첫째 이유라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아는 듯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또 다시 강조했다. “나와 박 대표가 힘을 모으는 것은 대선승리를 위해 필수다.”
● 약력
▦경북 영일(64) ▦동지상고ㆍ고려대 경영학과 ▦현대건설 인천제철 등 현대 8개 계열사 대표이사 회장 ▦14,15대 국회의원 ▦서울시장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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