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동유럽 코카서스 등지에 혹한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그루지야와 아르메니아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끊겼다. 이를 둘러싼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정치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새벽 3시 러시아 남부의 북오세티아 산악지역인 모즈도크시 가스공급관 2곳이 폭파돼 24일까지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러시아는 체첸 등 이슬람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이 가스관으로 공급받는 에너지로 가정 난방과 전력 생산을 해결하는 그루지야와 아르메니아는 하루분량 밖에 안 되는 비축가스를 서둘러 방출했지만 국민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그루지야 수도 트리빌리시의 경우 22일 수은주가 영하 23도로 떨어지는 바람에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고 학교와 기업들은 23일 대부분 휴업했다.
이런 가운데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러시아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그루지야측은 사고 지점이 러시아군 주둔 지역이어서 반군 활동이 어려운 점을 이유로 가스 중단을 친 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그루지야 현 정부에 대한 경제 공세로 간주하고 있다.
친 서방 노선의 우크라이나가 가스 공급가격 문제로 러시아와 갈등하면서 공급이 끊겼던 사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그루지야측의 신경질적 반응”이라고 부인했다.
러시아 폴란드 터키 등 중ㆍ동부 유럽의 혹한은 1주일 가까이 지속돼 수백 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 지역에서 22일에만 10여명이 숨졌다”면서 “각국 정부가 노숙자와 알코올 중독자들의 동사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에만 4명이 동사한 폴란드의 경우 산업체 가스공급을 줄이는 대신 가정 공급을 확대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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