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의 상장을 앞두고 미래에셋그룹의 지분 구조를 자신을 중심으로 대폭 재편하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짰다.
박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투신운용, 맵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 3사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지분 50%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됐다.
앞서 지난해 9월 미래에셋캐피탈도 증자를 단행하면서 지분 구조를 박 회장 중심으로 재편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박 회장 중심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일견 박회장의 1인 지배체제가 강화한 셈이다.
미래에셋측은 이에 대해 “미래에셋 상장을 앞두고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간의 밀어주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자산운용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이나 캐피탈에 종속돼 있던 자산운용사를 독립적인 투자전문 회사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은 이를 통해 자산운용사를 피델리티 등과 같이 국제적인 투자전문회사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외국의 투자 전문회사도 지배구조가 운용사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며 “자산운용사가 중심이 돼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이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피하기 위해 박 회장이 지분을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탈이 지주회사가 될 경우 계열사 지분 보유 외에 별도 사업이 불가능하고 자기자본을 초과해 자회사 지분을 가질 수 없는 등 각종 제한이 많다고 판단해 지주회사정책을 포기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어찌됐든 한국 증권계의 신화로 불리는 박 회장이 자산운용사를 직접 맡아, 아시아의 투자전문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은 매력적이다.
해외 시장으로 적극 눈을 돌려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과 인도에도 현지 운용사를 설립하겠다는 도전정신은 박 회장의 성격과 부합하기에 더욱 그렇다. 박회장은 때맞춰 지난주부터 중국, 인도 등을 방문해 현지 법인 설립 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지난 주말인 21일 국내 증시 폭락과 관련해 중국 상하이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도 증권가의 화제다. 그는 이 메일에서 주가 대폭락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공포 속에서 포착하는 것임을 명심해달라”고 독려했다.
증시 낙관론의 깃발을 다시 한번 치켜든 것이다. 그는 “루머에 휩쓸리지 말고 현상을 넘어 본질을 봐야 한다”며 “세계 증시는 역사적으로 매력적인 안정국면에 있고 한국은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강조했다.
끝도 모른 채 내리 곤두박질치고 있는 주식 시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이다. 한국 증시 상승의 동력인 적립식 펀드 시대를 연 개척자이자 펀드 활황세의 주인공인 그가 위기의 상황에서 다시 한국 주식시장 부흥의 전도사역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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