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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달려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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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달려요, 아버지

입력
200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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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 아버지의 연세는 올해 일흔여덟이고, 큰형은 쉰일곱이다. 아버지는 스물 한 살 초에 결혼하여 그 해 큰형을 낳았다. 요즘 허리가 안 좋으셔서 늘 병원에 가서 물리 치료를 받으신다. 갈 때마다 의사는 다른 것 없다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형도 아버지에게 늘 운동 얘기를 한다. 형은 어릴 때부터 이제까지 단 한번도 아버지가 뛰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산 없이 나갔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날 때에도 그랬고, 무슨 바쁜 일이 있을 때에도 아버지가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밭에 든 소를 쫓을 때에도 그랬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버지가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젊은 시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때에도 달리듯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제 잠자리에 누웠다가 꿈속처럼 아버지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내 초등학교 시절 어느 해 운동회 때였다. 아버지들끼리 저쪽 반환점까지 빨리 공을 몰고 갔다 오는 단체 경기였는데, 그 때 아버지가 뻥 공을 차놓고 환하게 웃으며 뛰었다. 이렇게 자꾸 생각하다 보면 어느 갈피에선가 또 뛰어 가는 아버지를 만날지 모르겠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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