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믿을 것은 역시 부동산’이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최부동씨. 시가 10억원(기준시가 8억원) 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던 최씨는 강남에 5억원(기준시가 4억원) 짜리 아파트를 한 채 더 샀다. 집값은 매년 10%씩 올랐고, 최씨는 3년후 두번째 아파트를 6억6,550만원에 팔았다. 양도차익이 1억6,550만원이나 돼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이런 저런 세금을 다 떼고 나니 정작 손에 쥔 돈은 4,990만원이었다. 수익률(세후)도 연 3.22%에 불과했다.
#2. 왕예금씨는 ‘난 그냥 안전한 게 좋다’며 5억원을 연 5%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뒀다. 3년후 왕씨 손에는 세금을 다 떼고도 이자만 6,670만원이 쥐어졌다. 수익률 연 4.26%로, 부동산에 돈을 묻었던 친구 최부동씨보다 많았다.
재정경제부는 22일 부동산 세제개편에 따른 2주택이상 보유자들의 부동산 관련 세액 변화와 예상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향후 부동산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실질수익은 8.31대책 시행 이전에 비해 ‘반토막’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부동산 투자수익은 은행 이자수입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분석에 따르면 최부동씨가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기 전인 2004년 이전에 2주택을 사고 팔았더라면, 1억6,550만원의 양도차익에 대해 ▦취득ㆍ등록세 1,120만원 ▦보유세(재산세) 330만원 ▦양도세 3,000만원 등 4,450만원을 세금으로 내고 1억2,100만원의 순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7.49%다.
그러나 8.31대책 시행으로 양도세 관련 실거래가 과세 및 2주택 중과세가 시작되고 종부세까지 강화되면서 내야 할 세금이 ▦취득ㆍ등록세 1,420만원 ▦보유세(재산세+종부세) 1,960만원 ▦양도세 8,180만원 등 총 1억1,560만원으로 늘어난다. 순수익은 4,990만원, 세후 수익률로 따지면 연 3.22%로 쪼그라들게 된 것이다.
한편 왕예금씨처럼 연 5%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3년간 복리이자는 7,880만원이다. 이자소득세를 떼어도 6,770만원(연 4.26%)의 수익이 남아 아파트 투자 수익률(3.22%)을 훨씬 웃돌게 된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이런 분석은 아파트값이 매년 10%(최근 5년간 서울지역 연평균 상승률) 정도 오른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만약 지난해 상반기처럼 ‘자고 나면 집값이 올라 있는’ 부동산 폭등이 빚어진다면, 성실한 실거래가 신고ㆍ납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동산은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양도세와 보유세 모두 대폭 강화됐고, 실거래가 과세에 대한 감시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만큼 집값폭등 사태는 없을 것이며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투자로 초과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무거워진 세금 때문에 실제론 그렇게 되기 어렵다”며 “연초부터 아파트값이 다시 들먹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실수요자 아닌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이제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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