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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페라 극장 설립 붐/ 대도시마다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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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오페라 극장 설립 붐/ 대도시마다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

입력
2006.01.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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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오페라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주요 도시가 문화공연 허브를 겨냥, 앞다투어 오페라극장을 건립하고 있다.

1997년 일본 도쿄에 오페라ㆍ발레 전문공연장인 신국립극장이 생긴 후 한동안 뜸하나 싶더니 2002년 이후 곳곳에 최첨단 예술공연장이 들어서고 있다.

2002년에는 싱가포르에 종합예술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가 건립돼 국가 랜드마크로 자리잡았고, 2005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두번째 오페라극장인 동방예술센터가 들어섰다. 또한 베이징에는 올해 안에 중국 최대 규모인 국가대극관이 모습을 나타낸다. 홍콩과 서울은 2008~2009년 최첨단 예술공연장을 착공한다.

▲ 상하이 베이징 싱가포르 각축 벌여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 신구에서 푸동공항 쪽으로 가는 길목에는 산뜻한 공원지대에 짙은 초록색 건물이 날아갈 듯 서 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사발 같기도 하고 난초꽃 같기도 한 이 건물은 2005년 7월 개관한 상하이 동방예술센터다.

세계건축박물관이라 불리는 상하이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으로 콘서트홀(1,980석) 오페라홀(1,020) 소극장(300석) 등을 갖추고 있다. 상하이 도심 한 가운데인 인민광장 옆에 상하이 대극장이 건립된 게 1998년인데 7년 만에 비슷한 극장을 지은 중국인들의 뚝심이 놀랍다.

2002년 싱가포르 해변에 자리잡은 에스플러네이드는 싱가포르의 자랑이며 상징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두고 싱가포르를 세계의 문화수도로 만든다는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건립비는 무려 4,200억원. 열대 과일 두리안의 형상을 본떠 건립한 두 건물이 주 공연장이다. 완벽한 방음 시설 등을 갖춰 오페라 등을 위한 전문 공연장으로 손색이 없고, 뮤지컬, 연극, 발레 등도 공연할 수 있는 다목적 용도로 지어졌다.

공연장을 나서면 야외 공연장과 해안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에스플레네이드는 해안 산책로라는 뜻이다. 문화 공간이면서 한편으로 휴식 공간으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 홍콩은 오락ㆍ예술단지 추진

완공을 앞두고 있거나 계획중인 곳도 있다.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서쪽 인민대회당 뒤에 짓고 있는 국가대극원은 올 연말 완공된다. 동서방향 장축이 212㎙, 남북방향 단축이 143㎙, 높이 46㎙, 지하 32㎙에 이르며 2,400여 석의 오페라극장과 2,000여 석의 콘서트홀을 둔 초대형 극장이다. 건설비로 투입된 3,280억원은 1949년 중국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이래 현대식 문화시설 투자로는 최대액수라고 한다.

홍콩특별행정구는 1999년부터 홍콩섬 건너편 서(西) 카울룬(九龍)반도에 오락ㆍ예술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타당성 조사와 함께 설계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착공 예정이었으나 2009년으로 늦춰졌다. 홍콩 행정구 민사사무국 팡이 비서장은 “40헥타아르(약 12만평)에 오락시설과 순수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콘서트홀과 오페라극장, 오락 유흥시설 등을 두며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과 전시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 각 도시 "이젠 문화에 투자할 때"

각 도시들은 왜 갑자기 공연장 건립 경쟁에 나서고 있을까. 장시안핑 동방예술센터 주임(책임자)은 “중국의 경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데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에스플러네이드를 건립한 배경도 비슷하다. 에스플러네이드 홍보담당 직원 베로니카 고는 “1970년대에는 경제 발전에만 매달렸지만 이제는 예술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다양한 예술적 체험과 기술 발전으로 공연자나 관객들 모두가 높은 수준의 시설물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각국 네트워크 움직임도

아시아에 오페라극장들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을 상호교환하거나 순회공연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이 협조만 잘하면 수준 높은 공연을 값싸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 시안핑 동방예술센터 주임은 “세계적인 공연이라 하더라도 아시아 각 오페라극장끼리 일정만 잘 조정하면 초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ㆍ싱가포르=최진환기자 choi@hk.co.kr

■ 장시안핑 주임

장시안핑 상하이 동방예술센터 주임은 “동방예술센터는 자유롭고 모험적인 푸동 분위기에 맞게 파격적으로 설계했으며,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물로 남기 위해 재료도 최고급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사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공사전 10분의 1크기로 모델하우스를 만들고, 건물 유리창, 통풍, 건축 기술에 관한 모든 사항을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오페라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예술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상하이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또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 만큼 문화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정부가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일반 서민들에게는 지원을 해주므로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이=최진환기자

■ 벤슨 푸 극장장

벤슨 푸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장은 “에스플러네이드가 문화예술의 허브로서 싱가포르 정부의 비전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2002년 개관 전부터 극장장으로 부임, 설계와 운영 방향 등을 주도했던 그는 현재의 에스플러네이드를 자리잡게 한 주인공이다.

그는 “싱가포르가 다민족 국가인 만큼 다양한 전통 문화예술을 무대에 올리고, 청소년들과 지방 아티스트들도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한번 방문한 적이 있다는 푸 극장장은 “한국은 크고 작은 규모의 공연장을 갖추고 있어 예술적인 잠재력이 크고 개발할 여지도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음악이나 예술행정을 전공하지 않은 호텔 매니저 출신인 그는 “정부가 음악전공자가 아닌 사람을 극장장에 임명한 것은 효율적으로 경영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최진환기자

■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2008년 착공

서울시는 한강 노들섬 전체 3만6,000여평에 오페라극장(1,500석 규모)과 콘서트홀(1,500~200석), 청소년 야외음악당,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1만5,000평 규모의 문화예술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건립비 3,589억원에 운영비를 포함하면 총 5,00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시는 당초 2008~2009년 완공을 목표로 2006년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추정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착공 시기를 2008년으로 늦췄다.

시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매년 1,000억원씩 모두 5,000억원의 건립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올해 예정 기금 1,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달 국제현상설계공모를 거쳐 최우수작을 선정한 후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투자이며 건립시에는 3조 4,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섬이라서 접근하기 어려워 별도의 교통대책을 세워야 하고 대형건물을 짓기에는 섬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 시민단체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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