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이 어느 정파도 과반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관심은 연정을 위한 정파ㆍ종파 간 합종연횡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모아지고 있다.
완전한 주권국가로서의 이라크 정부의 향후 행보는 ‘연정 지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시아파는 단독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쿠르드족 의석을 합해도 대통령 선출 등에 필요한 3분의 2(183석)에 미치지 못한다. 시아파로선 안정된 정국운영을 위해 쿠르드족 외에 제3 세력의 지원이 필요해진 셈이다.
현재 가능한 연정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시아파가 수니파까지 아우르는 거국연정을 하거나, 수니파를 배제하고 소수연정을 하는 것이다. 거국연정이 출범하면 수니파가 제도권으로 흡수되고 무장세력도 위축돼 이라크는 조기에 안정될 수 있다. BBC 방송은 21일“거국 연정의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시아파의 집권 통합이라크연맹(UIA)이 수니파, 쿠르드족과 물밑협상 중인 사실을 전했다.
대연정에는 3자 모두 전향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아_수니의 협상에선 헌법개정과 무장세력과의 결별 등이 현안이다. 시아파는 내부이견이 없지 않으나 수니파가 원하는 헌법개정에 기꺼이 응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수니파에게도 반군과의 결별은 물론 테러와의 전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무장세력은 수니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수니파는 연정 불참시 손해가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선 시아파_쿠르드족의 자치권 확대와 원유수입 배분과정에서 수니파가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아파의 복수나 이라크가 이란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것도 수니파의 우려 사항이다.
그러나 연정협상은 민감한 문제가 많아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 시아파가 수니파를 배제하고 연정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니파가 커진 입지를 바탕으로 사사건건 브레이크를 걸고, 무장세력 확산에도 영향을 주어 이라크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한편 총선 결과, 전체 295석 가운데 UIA는 지난해 1월 총선 때보다 18석이 줄어든 128석을 차지했다. 연정 파트너인 쿠르드연맹 의석도 75석에서 53석으로 줄었다. 반면 수니파는 이라크합의전선(44석), 이라크 국민대화전선(11석)을 합해 55석으로 제2세력으로 부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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