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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아시아 문화 허브로] (7) 세계적 문화 허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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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아시아 문화 허브로] (7) 세계적 문화 허브도 가능하다

입력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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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초청을 받아 지난해 11월 11일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린 ‘대장금 학술 토론대회’에 참석했던 중앙대 한류아카데미 강철근 교수는 미국까지 뻗어간 한류의 진면목을 보고 왔다. “하와이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를 끌며 방송된 드라마 ‘대장금’ 덕에 한인들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바뀌어 있었어요. 교민들이 ‘이민 100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을 드라마 한 편이 해냈다’고 감격스러워 하더군요.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할 가능성을 거기서 봤습니다.”

하버드대 MBA 과정에 재학 중인 최연석(29)씨도 최근 학교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각국의 대중 음악을 소개하는 모임에서였다. 한국 음악을 소개할 차례가 되자 중국 학생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한국 대중음악과 드라마, 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지식을 한껏 뽐냈다. 중국 학생들의 이런 극성스러움에 비(非)아시아계 학생들까지 최씨에게 다가가 한국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등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색다른 풍경들은 우리에게 아시아의 문화 허브를 넘어 세계의 문화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암시해 준다. 아리랑국제방송의 글로벌 마케팅팀 김태정 부장은 “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이란 브랜드를 내세우기보다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란 점을 강조한다”며 “많은 비아시아권 바이어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 문화가 아시아 문화의 대변자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면, 세계적 문화 강국의 지위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4,000만 명에 달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그 꿈을 가능하게 해줄 튼튼한 징검다리다. 평균 소득이 5만 1,205달러에 달하고 연간 2,250억 달러를 소비하는 이들의 마음을 한류가 사로잡고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케이블 채널인 AZN TV는 2005년 ‘대장금’ ‘옥탑방고양이’ ‘호텔리어’를 방영했고 이매진 아시아 TV는 ‘이브의 모든 것’ ‘다모’ ‘사랑하니까’를 방영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도 2004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27억 원의 입장 수입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이 개봉돼 아시아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미국 언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6월 28일자 특집 기사를 통해 우즈베키스탄까지 뻗어나간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급성장한 한국 문화산업의 규모를 상세히 보도했다. 또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 전문지인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ter)지도 지난해 5월 17일자로 한류 열풍에 따른 한국 관광 붐 등 파급 효과를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류층에까지 한류가 통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일단,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규모면에서 미국 작품을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 시즌 5편이 시작된 드라마 ‘24’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100억원에 달하고 PD 15명에 작가 20명이 투입됐을 정도. 여기에 언어와 정서의 차이로 인해 아시아권에 비해 한류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 신항우 소장은 “미국과 유럽시장 자체를 대상으로 삼지 않은 드라마와 영화는 성공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스타 파워, 감독 등 창의성을 인정 받는 제작 인력, 아시아적 소재, 그리고 여기에 할리우드 자본력과 배급망이 결합된 공동 제작 형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언어와 정서적 장벽이 덜한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은 미국ㆍ유럽시장의 진출 가능성이 큰 분야다. 선우엔터테인먼트는 방송용 애니메이션 ‘카드 왕 믹스마스터’를 미국의 글로벌 배급사 태피 엔터테인먼트(Taffy Entertainment)에 115만 달러(약 11억)에 팔았다. 아시아를 제외한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배급될 ‘카드 왕 믹스마스터’가 미국 안방을 점령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를 능가하는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 또 엔씨소프트가 2005년 북미와 유럽에서 ‘시티 오브 히어로’를 42만 개 이상 판매했고 ‘길드워’는 100만 개 이상 파는 등 한국 온라인 게임의 시장 진출도 성공적이다.

남미와 아프리카는 여전히 전문가들로부터 ‘한류 저확산 지역’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시장에 비하면 한류의 전파 속도가 한결 빠른 지역이다. 실제로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아르헨티나와 칠레, 도미니카 등 중남미 7개국의 전국 지상파 방송사에 수출돼 방영을 앞두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팀장은 “한국이 역사적으로 경험한 산업화와 전쟁 등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 지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더 한국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1차적으로 이들 지역에서의 한류 확대를 꾀하고 이를 발판으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美 문화산업 强國 비결은…

초강대국 미국은 문화산업 분야에서도 1등 국가다. 인구가 2억 8,000만 명에 불과하면서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의 시장 규모가 아시아 전체의 2배가 넘고 유럽을 다 합친 것보다도 커진 것은 잘 정비된 정책과 시장의 발달된 비즈니스 기법의 힘이 컸다.

위험이 큰 영화산업에서 업체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제도도 그 중 하나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통상 영화를 제작할 때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다. 별도의 회사는 제작비의 20~40% 정도만을 일반 투자를 받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메이저 배급사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는다. 이렇게 될 경우 영화사는 작품의 흥행이 실패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윤 창출의 극대화와 위험 분산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가능한 모든 파생 시장을 염두에 두고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선우 차이나의 이동임 대표는 “미국 미디어 기업은 1차 콘텐츠를 중국 시장에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파생 상품에서 수익을 얻는 시장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개의 콘텐츠를 일정한 시차를 두고 상영관, 비디오/DVD시장, 유료 채널, 케이블TV, 네트워크TV, 지역 방송사 등을 통해 차례로 선보이는 ‘홀드 백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체계적 유통 과정도 강점이다. 영화 ‘배트맨’은 이런 유통 과정을 통해 총 20억 달러(약 2조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1995년 폐지된 ‘파트’(Prime Time Access Rule) 제도는 방송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시킨 원동력이었다.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프라임 시간인 4시간 중 적어도 3시간 이상은 메이저 업체인 ABC, CBS, NBC 방송국이나 그 자회사의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방송의 획일화와 영세 프러덕션의 몰락을 방지한 이 정책으로 미국의 방송 시장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자국의 높은 물가와 제작비를 피해 뉴질랜드와 호주 등 해외에서 촬영과 제작을 하는 ‘런어 웨이 프러덕션’의 난립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는 등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문화 산업의 보호와 육성에 나서고 있다. (도움말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 미주지사 신항우 소장)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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