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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양극화와 조세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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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양극화와 조세개혁

입력
2006.01.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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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입을 열 때마다 사회는 들끓는다. 잘못된 방향으로. 작년 7월에 X파일 문제가 터졌을 때 "덮고 가자"는 식으로 해석되기 딱 좋은 발언이 있었다. 잘못된 것이었다. 물론 결국 X파일은 덮고 가는 형국이 되었다.

9월 말에는 언론사 경제부장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삼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회색지대에서의 타협을 중시한다"는 발언이 있었다. 잘못된 것이었다. 그 후 열린우리당은 옥신각신 끝에 금산법의 연내 개정을 전제로 삼성의 금산법 위반에 대해 '분리대응론'을

채택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양극화 해소'와 '조세개혁'이다. 이번에도 사회는 들끓고 사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약간 상황이 다르다. 왜냐 하면 "덮고 가자는 것"이나 "회색지대에서의

타협"이 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고 따라서 그것 자체로 잘못된 것이었지만, '양극화 해소'나 '조세개혁'은 그것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 이상한 방향으로 얽히면서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곡의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을 열심히 안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신년연설은 분명 조세개혁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양극화 해소의 가장 중요한 해법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세개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복지예산에 대한 비중이 작고 재정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없다는 문제인식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사안을 연결시키는 세간의 해석이 마냥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필자는 양극화도 문제고 조세개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한다. 다행히 야당도 양극화를 일자리 창출로 풀어나가는데에는 이견이 없으니 이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여야가 합심하여 풀어나가면 된다. 다만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재벌이 현재 직면한 각종 실정법 위반 문제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문제는 조세개혁이다. 이것도 필요하다. 다만 이것을 양극화와 연결시켜 풀어나가려는 것은 넌센스다. 그럴 경우 조세체계의 경제적 효율성 확보라는 조세개혁 본연의 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세수 확보를 위한 무리수만이 횡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재경부는 세수 확보만을 위한 조세개혁의 낌새를 슬슬 언론에 흘리고 있다. 비과세 혜택의 축소니 면세점 고정이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런 정책은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세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계층을 조금 더 쥐어짜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것은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양극화의 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반대로 경제적 효율성의 확보와 관련이 있는 주가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이번에도 도입될 기미가 거의 없다. 일각에서 들리는 말로는 이것을 하려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세수 확보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금융상품을 거래하면 소득에 세금 내고 다른 금융상품을 거래하면 소득이 있어도 세금 안 내는 모순은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돈 있는 사람들의 주식거래를 장려하는 것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정부출연 연구소들은 대표적인 비정규직 근로자인 위촉연구원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정부가 갑자기 2년 이상된 위촉연구원들을 "실질적으로 정리"하라고 지침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들은 엄동설한의 추위를 또 다른 차원에서 실감하고 있다. 이들에게 대통령의 신년연설과 재경부의 세금 타령이 어떻게 들렸을지 궁금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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