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주요대학의 2006학년도 정시논술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논술시험이 전년과 비교하면 아주 어려웠다. 학교공부만으론써낼수없는 논제들이었다. 학원가에선 2008년 대입논술의 전주곡이란 평가다.
논술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2008년엔 논술시험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1996년 뒤늦게 한의대 진학을 위해 수능을 치렀을 때 모교의 교무부장 선생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황군, 수능공부를 어떻게 해야 돼? 내가 가르치는 수학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막막해.”
그 당시 학원가는 수능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었지만 학교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었다. 수능 공부를 위해서 학교에선 잠을 자고,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 때문에‘교실이 붕괴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도 자주 나왔다.
잘살펴보면그때와 지금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교육은 논술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논술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학원판에선 수십명의 선생님들이 팀을 짜서 밤샘토론을 하고 교재를 연구한다. 서한샘 선생이 학력고사의 스타강사로, 손주은 선생이 수능의 스타로 떠올랐듯이 이들은 논술시장의 강자를 꿈꾸며 전력투구하고 있다.
학교의 현실은 어떨까. 우선 논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선생님이 없다. 국어선생님들이 짧은 연수를 통해 배우고, 논술을 가르쳐야 한다. 실제로 논술을 위한 시간이 배정되어 있지 않은 학교도 많다. 벌써 논술은 학교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학원에서 배워야 한다고 학생들은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보며 교육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향후에 입시제도를 바꿀 때는 학교선생님들이 적응할 수 있는 형태인가를 먼저 생각해보길 바란다. 선생님들이 적응하는데 오래 걸린다면 문제가 있는 제도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개선안에 선생님들이 적응하지 못한다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초등학생부터 논술학원에 다녀야 하는 현실을 보면 너무 잘 알 수 있다.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은 자기들 기준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길 원한다. 하지만 정부의 2008년 입시 개선안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9등급으로만 나눠준다. 내신도 수능도 마찬가지다. 학원가에선 내신과 수능에서 모두 1등급인 학생이 1만명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등인지 1만등인지 구별할 수 없는 성적표를 제시하는 학생 중에서 어느 학생이 우수한 지를 대학이 구별해야 한다. 그것도 논술이란 한 과목으로 선별해야 한다. 논술을 복잡하고 어렵게 내게 만든 것이 교육당국이란 결론이다.
교육당국의 본고사 불가 원칙 등의 규제도 논술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대가 ‘본고사형 문제’라는 가이드 라인을 피해낸 2008년 논술 예시문항은 대치동에서도 입을 벌릴 정도로 만만치 않다. 특히 이과의 수학과 과학 문제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문제다. 교육당국의 규제가 시험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결론이다.
한국의 교육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자 같이 식사를하던 학원 원장이 “대도시, 부유층 위주로 흘러간다”고 말한다. 규제 탓에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입시에 대응하기 위해선 학원이 밀집된 서울로 와야 하고, 학원에 다니기 위해선 부모님의 경제력도 필수라는 것이다.
황치혁 황&리 수험생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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