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77년 서울의 유명 사립대로 유학 가게 된 아들이 자랑스러웠던 부모는 이듬해 농사를 염려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농사 밑천인 소를 내다 팔았다.
경남 합천군이 고향인 서울의 한 사립대 김모 교수는 “내가 입학했던 70년대 중반에는 소 1마리를 팔아 등록금에 하숙비, 책값까지 댔다”며 “그렇게 팔려간 소가 어찌나 많았던지 대학을 뜻하는 ‘상아탑’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바꿔 불렀다”고 회상했다.
#2. 2006년 A대 입학 예정인 이모(19)군은 마음이 무겁다. 충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재산은 소 2마리에 논밭 몇 마지기가 전부.
아버지(60)는 합격 통보를 받고 “우리 막내 등록금은 큰 놈(소) 몫이니 걱정 말라”며 이군의 어깨를 두드려줬지만 최근 미국 쇠고기 재수입 방침이 확정되고 소 값이 크게 떨어지자 기어이 집 앞의 논을 내놓고 말았다. 이군은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부모님 고생만 시켜드리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못 배운 게 서러워 자식만은 원 없이 공부를 시키겠다는 믿음 하나로 소를 팔아 학비를 댔던 ‘우골탑’의 기억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다.
77년 국내산 수소(500㎏) 1마리의 평균 가격(산지 기준)은 63만원이고, 등록금은 30만원선이었다. 현재 같은 소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10% 하락한 345만원. 반면 A대의 올해 신입생 등록금(입학금 포함)은 계열별로 360만~490만원이 될 전망이다.
행여 의대라도 갈라 치면 “소가 아니라 집을 팔아야 한다”는 말도 과장은 아니다. 해마다 뜀뛰기를 거듭하는 대학 등록금과 저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 값을 비교해보면 우리 농가 소득구조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등록금 인상은 올해도 여지없다. 최근 연세대는 올해 등록금을 12% 올리기로 했다. 건국대도 최대 18%, 한양대와 서강대는 각각 9%대와 8%대의 인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생회들은 등록금 투쟁에 나설 태세여서 대학가에 올 봄 한바탕 소동이 일 전망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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