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입말의 재미난 이야기에 활달하고 유쾌한 그림이 짝을 이룬, 즐거운 그림책이다.
“옛날에 여자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어찌나 개구지고 씩씩하던지” 하고 시작하는 글은 꼭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춤추듯 붓을 놀려 시원시원 그린 그림이 장면마다 넌출넌출, 보고 또 봐도 흥겹고 익살맞다.
주인공 여자 아이는 돌팔매로 산토끼를 잡고, 날뛰는 황소 등에 번쩍 올라 앉기가 예사다. “쯧쯧, 무슨 여자 아이가 저 모양이누?” 하고 어른들이 혀를 차던 이 아이가 어른들도 쩔쩔 매던 사나운 오랑캐를 무찔렀단다.
전쟁터에 여자 아이는 필요 없다며 장군이 쫓아 내자 갓을 써서 얼굴을 가린 채 뛰어들어 싸워서 외적을 몽땅 쓰러뜨렸다나. 그래서 ‘갓쓴애’ ‘갓쓴애’ 하고 부르던 게 경상도 말 ‘가시내’가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 통쾌한 이야기.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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