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장례식장에 조직 폭력배들이 난입, 문상객과 유족들을 무차별로 폭행하는 등 보복성 난동을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 3명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문상객들은 30여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20일 오전 7시 4분께 부산 금정구 청룡동 영락공원 장례식장 앞에 승용차 20대가 줄지어 밀려들었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 색 양복 차림의 건장한 청년 30여명이 승용차에서 내린 뒤 장례식장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어깨에 노란색 완장까지 차고 30㎝가 넘는 흉기와 야구 방망이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장례식장을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들은 18일 숨진 양모(26)씨의 빈소 옆 2층 식당과 조문객 대기실에서 유족과 문상객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조문을 온 양씨의 선배 유모(34)씨가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가 찔려 중상을 입었다. 폭력배들은 양씨의 영정과 10여 대의 주차차량 등 기물을 닥치는 대로 부숴 아수라장으로 만든 후 30여분간 반대파 조직원들과 난투극을 벌였다.
폭력배들은 난동 후 도망치다 연락을 받고 빈소로 향하던 정모(31), 조모(31)씨 등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집단 폭행한 뒤 달아났다. 현장을 목격한 영락공원 관계자는 “한 눈에 봐도 조직 폭력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며 “곧바로 유씨가 있는 2층으로 향한 것으로 봐 누군가를 범행 상대로 지목해 행동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
경찰은 숨진 양씨가 재건 덕기파의 일원인 점 등으로 미뤄 부산 온천장 일대를 무대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조직간의 보복 폭행이거나 조직 탈퇴를 선언한 양씨의 추종세력에 대한 2차 폭행일 가능성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현장 목격자와 폐쇄회로(CC) TV를 통해 범행 가담자들의 신원을 파악, 폭행 가담자 30여 명 중 10여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숨진 양씨는 18일 오전 3시께 해운대구 모 주점에서 같은 조직 내 후배인 김모(23)씨와 술을 마시다 조직 탈퇴 문제로 심하게 다툰 뒤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씨는 같은 날 오후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혀 최근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관계의 조직 간 알력 다툼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숨어 있을 만한 은신처 주변을 탐문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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