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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파시즘의 대중 심리' 파시즘의 밑바탕엔 性에 대한 억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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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파시즘의 대중 심리' 파시즘의 밑바탕엔 性에 대한 억압이…

입력
2006.01.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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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라이히(1897~1957)는 문제적 인간이다. 간단히 그의 이력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문제의 정체를 감지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1920년대 후반 ‘성격이론’과 ‘성격분석기법’을 선보이며 프로이트와 어깨를 겨룬 정신분석학자였다. 27년 빈의 사회주의 봉기를 목격한 이후 공산당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좌파 의료조직 활동을 벌였지만 애초부터 공산당과 어울리지 못할 운명이었다.

‘오르가즘 이론’(아무런 장애 없이 생체 에너지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아는 능력)을 바탕으로 빈에 개설한 성 위생 상담소에서 피임, 낙태, 출산 등에 대한 급진적인 성교육을 실시했고, 관련 팸플릿도 발표했지만 공산당은 너무 앞서나간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미 맑스주의에 ‘물든’ 그를 정신분석학계도 경원시했다.

하지만 노동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여러 사회병리 현상의 원인을 성의 억압에서 찾는, 흔히 ‘프로이트-맑스주의’라고 부르는 그의 이론은 그가 살아있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끊임없는 관심과 재해석의 대상이다.

그 중 가장 주목 받는 저작이 바로 독일이 파시즘의 광기에 본격적으로 휩싸이기 시작하던 1933년에 나온 ‘파시즘의 대중심리’라고 할 수 있다.

라이히는 인종차별 등을 주장하는 억압적이고도 비합리적인 파시즘을 왜 대중들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도 되는 양’ 원하는가라고 묻는다.

좌파가 히틀러의 성공을 ‘대중들의 모순적 행위’라거나, 히틀러라는 개인의 ‘일방적 영향력’으로 맥없이 설명할 때 라이히는 ‘지도자의 성격 구조와 대중들의 성격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권위에 대한 반항과 수용ㆍ복종이 동시에 얽혀 있는’ 이런 성격 구조의 유사성 때문에 ‘파시즘은 대중에 의해 탄생되고 대변된다.’

라이히에 따르면 모든 사회 질서는 대중 지배라는 자신의 주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성격구조를 그 사회의 구성원인 대중들 속에서 만들어내고, 그 과정은 권위주의적 가족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다. 민족주의적 국가는 가족의 유대라는 권위주의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민족/인종의 유대’라는 이데올로기로 전이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구조의 밑바탕에는 성에 대한 억압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내놓는 해답은 ‘노동민주주의’다. ‘생물학적 활동 욕구가 충족되고 발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을 설계해 성적 에너지를 노동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승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 받는 ‘대중독재론’ 연구도 라이히의 이 같은 발상에 빚지고 있다.

80년대 중반 ‘이론과 실천’에서 우리말 번역서를 냈지만, 이번 책은 그때와 달리 ‘빌헬름 라이히유아신탁재단’이 제공한 라이히의 독일어 수고(출판되기 전의 원고라서 라이히의 표현이 더욱 생생하다고 한다)를 텍스트로 삼았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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