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문제로 의견 차이와 대립이 있더라도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이므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
20일 시작된 일본 정기 국회에서 임기 중 마지막 시정연설을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의 무역량과 인적 교류의 규모를 예로 들면서 한국과 중국은 없어서는 안될 이웃 국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일부의 문제’란 자신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강행으로 한일ㆍ중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액면 그대로 ‘미래지향적’인 연설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는 지난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고 외교 교섭과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한국과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정연설의 언급은 이를 외교적으로 조금 가다듬은 것에 불과하다.
독특한 캐릭터로 역대 어느 총리보다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만의 특별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주요 사안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정리한 뒤 이를 끊임없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다. 어떠한 비판이 있더라도 반복되는 고이즈미 화법은 듣는 사람을 질리게 하고, 입을 다물게 한다.
이날 새로 등장한 ‘일부의 문제로…’라는 문장은 앞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라는 말을 대체하는 새로운 ‘야스쿠니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명한 점은 그 동안 고이즈미 총리가 신념처럼 생각해 온 독단을 관철시켜 온 고이즈미 화법은 일본인들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질려서 말을 아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충고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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