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0일 경남 창원으로 내려갔다.
새해 들어 두번째 열린 사학법 장외집회를 이끄는 그는 여전히 격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의 목소리가 올라갈수록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한 측근은 말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요즘 당 안팎 상황이 기분 좋을 리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를 번민하게 하는 당 안팎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는 눈에 띄게 떨어진 사학법 투쟁 동력이다. 장외 투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간다. 장외 투쟁 찬성쪽에 섰던 의원들도 하나 둘 원내외 병행투쟁 쪽으로 옮겨 가는 추세다.
박 대표는 최근 한 측근에게 “경부고속도로 건설도 당시엔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학법 투쟁에 대한 여전한 결기를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강한 회군압력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의원들이 사학법에 대한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한 서운함도 짙다고 한다. 박 대표의 사학법 강경투쟁에 대해 “대권 주자로서 강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 “과도한 색깔론” 등의 시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2004년 말 ‘4대 악법’ 투쟁 당시 개방형 이사제를 핵심으로 하는 여당의 사학법에 반대한다는 당론이 정해졌고, 박 대표는 일관되게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박 대표 측 주장이다.
여당이 유독 자신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것도 박 대표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상임고문 등이 경쟁적으로 박 대표를 공격했다. 당 안팎에선“한나라당 대권주자 가운데 박 대표를 조기낙마 시키려는 여권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 대표는 19일 직설 화법으로 곧장 반격을 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최근 실시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박 대표측은 “지지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시장 독주체제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 마당이라 속이 편할 리 없다. 한 측근은 “이 시장의 독주는 한나라당의 대권 전략 차원에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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