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다는 데 공식 합의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과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그제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간 첫 장관급 전략대화를 통해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은 북한의 군사도발 억지를 위해 우리나라에 고정 배치돼 왔던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의 지역 분쟁에도 투입할 수 있게 한 것인 만큼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미 합의에는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당초 우리가 걱정해왔던 대로 동북아지역의 분쟁에 휘말리게 될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주한미군의 역외 분쟁지역 투입 조건과 절차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따라 한미 양국이 충분한 대화를 거쳐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처하기로 했다는 설명은 너무 막연하다. 더욱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인 중국-대만 분쟁 상황 발생시 우리가 주한미군의 투입을 제지할 결정적 안전장치도 없다.
외교부 설명대로 미래의 다양한 상황을 가상해서 그에 따른 모든 절차와 대책을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세계 주둔 미군을 특정지역에 한정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제동을 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사항을 모호하게 얼버무릴 수는 없다. 우리가 막대한 주둔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임의로 드나들도록 하는 것은 대북 억지력 유지에도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논란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후속 협의에서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분명한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 이번 한미 합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씻을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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