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이라고 쓰레기 대접 받을 때도 있었죠.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장관님과 함께 쓰레기를 다 치우고...”
20일 새벽 4시 50분. 서울 강북구 수유 1동 색동어린이공원 앞. 이재용 환경부장관이 1,400cc급 저공해 ‘하이브리드카’에서 내리자 김현풍 강북구청장이 이 장관을 반갑게 맞이했다.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애써 환한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쉽지 않은 듯 했다. ‘높으신 분’이 사진 찍으러 왔다는 찜찜함이 얼굴에 배어있었다.
1시간 남짓 수유시장 등을 돌며 쓰레기 수거를 마친 이 장관은 30여명의 환경미화원과 함께 아침을 먹는 동안 집무실과 현장의 차이를 실감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10년 만에 발생량이 23%나 줄었다는 ‘숫자’를 들먹이자 미화원들은 “실제 쓰레기량은 줄지 않고 있다”며 ‘현장’을 들이댔던 것.
애로 사항도 주고 받았다. 강북구에서만 20년째 일한다는 한 미화원은 “청소부라고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고 시민들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미화원은 “좁은 골목이나 언덕이 많아 리어카로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형편인데도 정부나 구청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오토바이를 지원해주면 리어카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장관은 “환경부와 지자체가 지형 특성에 맞는 청소 운반 차량 등을 개발토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장관은 “미화원들이 수거하는 것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라며 “스스로 귀한 보약을 옮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격려했다.
이 장관은 쓰레기 종량제가 처음으로 실시된 1995년 대구 남구청장 시절에도 매주 한 차례 이상 미화원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곤 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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