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 광역의회가 의결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선거법 개정 당시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정당공천제와 선거구별로 2~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했지만,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권한을 갖고 있는 광역의회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거대 정당에게 유리한 2인 선거구 위주로 획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즉, 4인 이상 선거구를 최소화하는 대신 당세가 크거나 지역기반이 있는 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가 동반 당선 또는 싹쓸이가 가능토록 2인 선거구를 크게 늘린 것. 이에 따라 다양한 정치세력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중대선거구제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광역의회는 기상천외한 날치기 처리마저 불사했다.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대구시의회와 경남도의회가 지난해 12월 각각 ‘새벽시간 날치기’, ‘주차장 날치기’로 획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부산시의회도 19일 본회의 개의 직후 의사일정변경을 통해 선거구획정안을 기습 처리해 2인 선거구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20일 “한나라당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며 “박근혜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민노당은 이날 “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50보 100보”라고 비난했다. 우리당이 다수인 전북도의회 행자위가 17일 4인 선거구를 의회 획정위 권고안의 5분의 1로 줄인 반면 2인 선거구는 5배 이상 늘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우리당은 지난해 말에도 서울ㆍ인천과 경기에서 한나라당과 함께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단체의 참관을 막은 채 획정안을 처리했고, 전남에서도 민주당과 협력해 2인 선거구를 4배 늘렸다.
사실상 시민단체의 압력 때문에 획정위 원안대로 통과된 광주시의회,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대립하고 있는 울산시의회 등 2곳을 제외한 모든 광역의회에서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전횡을 휘두른 셈이다.
물론 우리당은 “일부 광역의회의 의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오영식 공보부대표)며 선거법 재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3일 실무협의를 거친 뒤 2월 임시국회에서 재개정안을 처리, 5월 지방선거부터 적용한다는 데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대, 소급입법 논란 등 난관이 적지 않은데다 민노당을 제외하고는 굳이 이번 지방선거부터 바뀔 선거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어 재개정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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