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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크린 쿼터

입력
2006.01.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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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은 19세기 후반까지 세계무역을 주도했다. 특히 1846년 곡물조례 폐지로 본격화한 자유무역은 영국에 막대한 부를 안겼다.

그러나 19세기 말 미국과 독일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낀 영국은 고율관세를 부과, 보호주의로 방향을 틀었다. 자유무역의 퇴조는 세계 대공황을 통해 두드러졌다.

1931년 프랑스가 채택한 수입할당(수입쿼터)제 등 직접적 수입제한 조치가 퍼져 나갔다. 그러다가 1950년대 중반에 다시 자유무역이 싹터서 현재까지 무섭게 자라왔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이른바 ‘문화 다양성 협약’을 채택했다. 문화상품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각국 문화정책의 자주성을 보장한 것이 골자다. 정부는 “협약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협약상의 권리ㆍ의무 변경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적 언어감각으로는 어떻게 읽어도, 문화상품은 무역자유화 교섭의 예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30개국 이상의 비준을 거쳐 협약이 예정대로 2007년 10월에 발효, 국제규범이 되고 나서의 이야기다.

■한국은 55년 수입할당제를 폐지했다. 따라서 흔히 ‘스크린 쿼터’라고 하는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 규정’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수입할당’은 아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외국 영화의 시장진입을 제한한다는 성격은 닮았다. 67년 처음 시행된 이래 여러 차례 내용 변화를 겪었지만 외국 영화의 지나친 시장 잠식으로부터 한국 영화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보호막이 필요한 이유는 바뀌어 왔다. 한동안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보호 필요성이 강조되더니, 최근에는 ‘문화 다양성’이 주로 거론된다.

■한국 영화의 힘이 확인되면서 ‘고사 가능성’ 주장 대신에 나온 논리다. ‘생태계 보존’ 의 핵심 담론인 ‘생물 종의 다양성’과도 통한다. ‘종의 다양성’은 멸종위기종에 대한 예외적 배려를 빼고는, 먹이 사슬이 작용하는 자연적 균형을 겨냥한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문화 다양성’은 ‘고사 위기’ 분야를 빼고는 특별한 배려를 배제할 때 오히려 가능하다. 한국 영화는 그런 위기 상태가 아니다.

문화 다양성을 위해 외국영화 수입을 권장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더욱이 ‘문화 다양성’ 주장이 외부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일깨워 ‘우리 것’에 대한 집착을 확대 재생산한다면 그것은 이미 이데올로기다.

그 최종 수혜자를 따져보면 재경부 당국자가 말한 ‘집단이기주의’ 정도가 아니라 소수에 의한 대중동원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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