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폭탄 테러로 유명한 하마스가 정치세력화에 성공할까. 25일 치러질 팔레스타인 총선은 1996년 이후 10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면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처음 참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의 걸림돌로만 알려졌던 하마스는 강성 이미지를 줄이며 대중에게 다가가는 동시에 조직의 세를 넓히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하마스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주 바르젯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하마스는 정당지지도 30%로 집권당 파타(35%)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2월15일의 3차 지방의회 선거에서 칼킬리야, 제닌, 알 비레 등에서 모든 의석을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하마스가 “전체 132석 중 최소 3분의 1은 확보했다”며 “제1당은 아니더라도 파타를 견제할 의석은 충분이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마스의 인기몰이는 파타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라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철수한 후에도 테러, 납치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불안하다”며 “그런데도 파타는 권력 다툼이나 하고 있어 대중은 파타에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급성장하는 하마스를 바라보며 이스라엘은 다급해졌다. 하마스를 비롯한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지난 5년 동안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1,000 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BBC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없애고 빼앗긴 땅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며“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정치세력으로 급성장하면 93년 오슬로협정 이후 팔레스타인과 어렵게 이어 온 평화협상이 깨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동예루살렘에서 하마스 선거운동 사무소 3곳을 찾아내 폐쇄하고 하마스 요원 체포 작전을 펼치는 등 하마스 견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도 “총선 후 파타가 하마스와 정치와 관련해서 협의할 경우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금을 끊겠다”며 유권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하마스의 정치세력화가 바람직하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FT는 “하마스가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이상 옛날처럼 테러만을 저지를 수는 없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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