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우리나라는 가난했다. 이 장편 동화의 주인공 후불이네도 그랬다. 한때 큰 부자였으나 아버지가 가산을 탕진하는 바람에 집안이 완전히 기울었다. 엄마는 후불이의 어린 동생과 늙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두고 집을 나갔다. 대대로 살던 집마저 넘어가고 할아버지도 돌아가신 뒤 후불이네는 서울로 올라온다.
후불이는 ‘내 힘으로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하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 학교를 다닌 끝에 대학에 합격한다. 등록금이 없어 막막해 하다 오래 만에 찾아간 고향에서 후불이는 옛집의 감나무를 껴안고 말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이 집으로 꼭 돌아올게. 알지?”
이 동화는 여기까지다. 그 뒤의 이야기는 없다.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우울하기만 하지는 않다. ‘역경을 딛고 어쩌구’ 도 아니다. 그저 꿈을 잃지 않고 묵묵히 제 몫을 감당하는 후불이, 고달프지만 서로 아끼며 보듬는 가족, 고향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잔잔히 그려낼 뿐이다. 차분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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