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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또 아젠다만 불쑥… 어쩌자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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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또 아젠다만 불쑥… 어쩌자는 건지?

입력
2006.01.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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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어젠다 정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가적 논란과 혼선이 예고되는 대형 이슈를 구체적 청사진과 정책방향 제시 없이 “논쟁을 해보자”며 공론의 장에 불쑥 던져놓는 노 대통령의 현안접근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

마치 국민을 가르치듯이 이슈를 원론적으로 지적하고 당위성을 설명할 뿐 책임이 뒤따르는 정책적 결단, 정치적 선택은 하지 않고 있어 매번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18일 신년 연설에서 제시한 양극화 해소 문제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흉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해법이 들어있는지가 명확치 않은 탓에 증세냐 감세냐의 세금 논란부터 2007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승부수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제기한 양극화의 심각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내달 미래구상을 밝히는 대통령 회견에서도 양극화 문제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전언이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28일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을 구성해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대연정을 느닷없이 제안했다. 열린우리당이 반발했지만, 더 황당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

일언반구 사전 의중타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내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9월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거대 담론만 되뇌었다.

지난해 7월5일 노 대통령이 강원택 숭실대 교수의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제기한 정치구조 정상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시 이는 개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돼 한바탕 논란이 일었고 청와대가 “개헌론과 연결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해명에 나서야 했다.

지난해 3월 노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균형자론 역시 청와대의 지속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내내 “한미동맹에 악영향만 주는 비현실적 구호”등의 비판과 논란을 낳으며 지금은 사라진 단어가 돼버렸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화두 제시 자체를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던진 화두를 정책 수립 등을 통해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대연정의 경우엔 화두 자체가 적절치 않았고 그 결과 국민혼란과 상당한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불러 왔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양극화 문제를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시키는 것은 좋게 본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이 먼저 화두를 던지는 식이 아니라 정부 내에서 충분한 실상 파악과 의견 수렴을 통해 사회적 의제로 올려 놓은 뒤 대통령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월18일 신년연설 "양극화 해소, 미래대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 증세 논란, 선거전략 의혹

●2005년 7월28일 당원동지에 드리는 글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을 구성, 권력을 이양하겠다. 대신 선거제도를 고치자." - 여당 반발, 국민 혼선, 야당 거부

●2005년 7월5일 청와대 홈페이지 "野大국회는 각료 해임건의안을 들이대지만 대통령에게는 국회해산권이 없다.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 개헌논의 시기상조 여론

●2005년 3월22일 3사 졸업식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 한미간 미묘한 기류 형성, 국내 논란 증폭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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