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도서관을 원합니다.
걸어서 또는 대중 교통을 갈아타지 않고 10분에서 20분 안에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찾기 쉬운 평지에 지어 몸이 불편한 사람, 어르신,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도 가기 쉽게 해 주십시오. 골목 안에 있는 도서관은 표지판이라도 눈에 띄게 설치하시고요. 그런 곳은 땅값이 비싸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요? 시청이나 경찰서와 같은 공공 건물의 입지 조건을 보면 도서관은 왜 그런 자리에 들어서지 못하는지 궁금합니다.
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친절한 사서와 책이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공공 도서관은 천정은 높고 채광은 부적절하여 어둑하고 휑뎅그렁한 로비나 커다란 기둥, 계단, 그리고 복도와 각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입니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주눅들 것 같은 경비원이나 공익 근무 요원이 맞아주지요. 그리하여 낯선 도서관에서 길을 잃고 헤매도 누구도 먼저 다가와 안내해 주지 않고 저 역시 선뜻 물어보기 어렵습니다.
이용자 등록을 좀 자유롭게 할 수는 없는지요? 어른이나 취학 전 유아에게는 어린이책을 대출하지 않는 도서관도 많습니다. 그림책을 좋아하거나 아동 도서를 공부하는 어른들은 어디서 책을 빌려서 봐야 합니까? 아울러 독서 능력이 초등학생 수준을 넘어선 아이들에게는 종합 열람실 이용도 허용하는 유연한 운영이 아쉽습니다.
공공 도서관은 1인당 두세 권을 일주일 또는 열흘간 빌려 주는데 어른들은 독서 시간을 많이 낼 수도 없고 또 책이 두꺼우니 아쉬운 대로 참을 만합니다만 어린이 책은 더 많이 대출해주십시오. 또 도서관 업무 시간에 가지 못하는 이용자를 위하여 방문 대출을 실시하는 것은 어떨까요? 대출한 책을 늦게 반납하면 연체한 일수만큼 대출 정지를 합니다. 하지만 벌금을 내고 그 자리에서 책을 다시 빌리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 가장 허탈합니다. 베스트 셀러는 항상 대출중이고 신간은 아직 입수되지 않은 때가 허다하니까요. 물론 예약도 하고 도서 신청도 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책을 손에 넣는데 몇 번 실패하고 나면 도서관까지 가는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안 가게 됩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목적은 이용에도 있지만 지적 유산을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오래된 자료라 하여 무조건 폐기하지 말고 지역별로 적어도 한 도서관은 보존해 주십시오.
찾는 책이 제 자리에 없을 때, 컴퓨터 목록 사용법을 모를 때, 자료 찾는 방법을 모를 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등 의문이 생길 때마다 물어볼 수 있도록 항상 이용자와 눈을 맞출 수 있는 사서가 확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어린이 열람실에서는 아이들을 관찰하여 먼저 도움을 주는 사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항상 일을 하느라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으면 다가가기가 힘들답니다.
누구나 쉽게 가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도서관을 위하여, 도서관 정책 담당자와 현장 사서들께 부탁드립니다.
책 칼럼니스트 강은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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