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 국책연구원 원장들이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제시한 사회 양극화 문제를 진단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과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 5개 국책연구원 원장들은 이날 열린우리당 정책위 주최로 열린 ‘한국경제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 양극화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5개 국책연구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 자체도 이례적인 일.
먼저 이경태 원장은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의 양극화는 산업간, 기업규모간, 지역간, 학력간, 고용 형태별로 다양한 경로를 거쳐 현실화되고 있다”며 “양극화가 경제주체의 적응능력을 뛰어 넘는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봉 원장은 “양극화는 지난 3,4년간 경기침체와 중첩되면서 국민체감이 더욱 커진 사회 전반적 현상”이라며 “경제양극화가 1990년대 이후 신경제 대두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행돼왔지만, 2000년 이후 우리경제의 세계화 과정에서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오 원장은 또 “경제양극화가 산업ㆍ기업간 격차에서 출발, 소득과 고용의 격차를 거쳐 교육ㆍ인적자원 투자기회 격차로 넘어간 뒤 다시 산업ㆍ기업간 격차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은 “임금격차에 따른 일자리, 소득 양극화는 물론 교육ㆍ인적자원 투자의 격차가 확대돼 빈곤의 대물림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 대책은 경제의 활성화와 경쟁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확충에 모아졌다. 현정택 원장은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확보방안으로 산업 내 분업의 추구, 외국기업 유치 주력, 내수와 서비스업을 고려하는 균형성장 전략 등을 제시했다. 이경태 원장은 “정책의 기본 방향이 개별 경제 주체들의 역량 강화에 맞춰져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야 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IT산업의 양극화 문제도 화제가 됐다. 이주헌 원장은 “IT산업이 도약하며 혼자 튀고 있으니까 산업 양극화의 원흉인양 인식되고 있다”며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IT산업의 경제발전 기여도 등을 들어가며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휴대폰 단말기 같은 정보통신기기는 실적이 큰 반면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관련 서비스시장은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IT인프라 수준과 인적자원 및 노동시장, 금융 및 벤처 창업환경 등이 중위권 수준이어서 정체돼 있다”며 산업 내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반도체와 LCD, 휴대폰 단말기는 잘 나가지만 소프트웨어 콘텐츠산업은 가장 시장이 크고 고용효과가 확실한 분야이면서 수출은 거의 꽝”이라며 “소프트웨어는 자원 없는 우리가 머리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인 동시에 성과가 전무한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IT산업의 양극화는 머리와 몸이 영원히 갈라서 있는 눈사람의 형태와 비슷하다”며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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