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당에서는 개근을 으뜸으로 치고, 노력이 둘째며, 성적은 마지막으로 평가합니다.”
12년째 방학 때마다 도심 한가운데 동사무소에 서당을 차려놓고 천자문 등 한문을 가르쳐온 대구 동구 효목동 이재녕(77) 훈장의 학동 사랑이 눈길을 끌고 있다.
1994년 효목초 교장으로 교직에서 은퇴한 그가 이듬해인 95년부터 효목2동 동사무소 2층에 ‘효목서당’을 열고 지금까지 배출한 제자는 모두 1,000여명. 겨울방학이 시작된 2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오전10∼12시 40여명의 학동들에게 ‘그림으로 배우는 어린이한자’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는 그는 가끔씩 흰 도포와 유건, 탕건, 정자관(程子冠) 등 의관을 갖춘 채 살아있는 전통 예절 교육을 하기도 한다.
7살짜리 유치원 어린이부터 중학교 가정과교사 출신인 62살 할머니에 이르는 제자들은 ‘견물생심(見物生心)’ 등 생활에 많이 활용되는 한문을 소리높여 익히고 있다.
”교장직을 그만둔 후 1년간 쉬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 지 고민했다”는 그는 당초 천자문을 가르쳤으나 사회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문이 많아 교재를 새로 교체하게 됐다.
이 훈장은 수업시간중 효목동 등 지역사회의 역사와 유래도 설명하고 강의가 끝날 때면 “효도하겠습니다” “착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등 인사를 소리높여 외치도록 하는 등 사회 및 인성교육에도 열심이다.
88년 5월 대구 성보특수학교 재직시절 한국일보 교육대상 스승상도 수상한 그는 “학원가기에 바쁜 학생들이 우리 서당에서만큼 한문을 매개로 한 인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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