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ㆍ현 퍼스트레이디들 사이에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18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뉴욕 상원의원에게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로라 여사는 이날 힐러리 의원이 16일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맞아 여당인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을 ‘플랜테이션(대농장)’에 비유한 데 대해 연거푸 “터무니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터무니 없는 얘기다”라고 맞받아친 뒤 “이것이 ‘힐러리 의원 발언에 대한’나의 생각이다”고 잘라 말했다.
힐러리 의원은 팡서 “하원 내에선 소수파인 민주당의 반대 뿐만 아니라 의견 개진도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마치 플랜테이션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랜테이션은 미국 역사에서 백인 농장주가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을 착취, 사탕수수나 목화 같은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해 많은 소득을 올렸던 경영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힐러리 의원은 하원의 공화당을 백인 농장주에 비유한 것이다. 힐러리 의원은 또 “부시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악 정권 가운데 하나”라고 로라 여사의 남편에게 직격탄을 날린 적도 있다.
70%를 넘나드는 대중적 호감도를 바탕으로 발언 빈도를 늘려가고 있는 로라 여사는 최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대권 후보로 띄움으로써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힐러리 의원을 우회적으로 견제하기도 했다. 로라 여사는 “공화당 소속인 라이스 장관은 대단한 사람으로 그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힐러리 의원의 인기에 맞불을 놓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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