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맹위를 부리던 지난해 말 회사원 김모(29)씨. 연말에 몰린 일을 처리하느라 며칠 야근을 한 탓인지 그동안 용케 안 걸리고 넘어갔던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요즘 감기 독하다”는 말을 주위에서 들은 터라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웬일인지 감기는 3~4일 만에 뚝딱 나아버렸다.
다만 감기가 낫자마자 그 동안 치료를 않고 방치했던 충치 때문인지 이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과를 찾아간 김씨가 의사에게서 들은 말은 그가 예상했던 ‘충치로 인한 치통’이 아니라 “감기 합병증으로 코 주변에 염증이 생겼다”였다.
‘만병의 근원’, ‘치료제가 없는 질병’인 감기가 올 겨울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물론 올해는 전국 단위로 발생한 유행성 독감은 아직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감기가 날이 갈수록 ‘질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감기를 올바르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궁금증과 답변을 모아봤다.
▲ 요즘 감기 나만 독하게 걸렸나?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느끼듯이 요즘 감기가 예전보다 독해진 것이 사실이다. 의사들은 “최근 병원을 찾는 감기 환자들의 증상이 예년에 비해 오래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콧물감기가 아닌 인후염 등에 의한 목 부위의 특징을 호소하는 목감기, 발열을 주 증상으로 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 의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건조한 바람과 오래 끄는 강추위가 주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목감기 보다는 몸살감기가 더 독하다?
아니다. 독감이 아닌 일반 감기의 경우 증상에 따라 심하고 약하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걸리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뿐이다. 즉 그 사람의 면역력, 건강 수준에 따라 똑같은 바이러스로 감기에 걸려도 어떤 사람은 더욱 심하게 앓고 어떤 사람은 쉽게 낫는 것이다.
▲ 오래 가는 감기 왜 나쁜가
바로 합병증 때문이다. 누구나 감기에 걸리고 언젠가는 낫지만 가끔은 이 때문에 숨지는 사람도 생긴다. 감기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바로 인체의 저항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흔한 감기의 합병증이 중이염, 폐렴 등이며 어떤 경우에는 축농증, 기관지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 횡행하는 감기 피해가기
물론 외출 후 손ㆍ발씻기, 세수, 양치질하기 등의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소금을 이용해 가글을 꾸준히 해주는 것도 유용하다.
또한 감기 예방에서는 어린이에 대한 위생교육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 가족의 감기 전염 경로를 따져본 결과, 만 6세 미만의 아동들이 놀이방ㆍ유치원에서 감염되어 집으로 돌아와 동생과 부모에게 전염시키는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 종합감기약, 도움이 되긴 되나
감기는 별다른 약을 쓰지 않아도 감염 후 자가 치유가 되는 병이기도 하다. 특히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감염 후 며칠 동안만 휴식을 늘리고 충분한 수분을 취하면 쉽게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파는 종합감기약은 이 경우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감기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이를 바로 잡는 약물은 현재 없다. 그러나 종합감기약은 콧물과 가래, 기침을 줄이고 해열 작용을 해 신체의 자연스러운 자가 치유를 돕게 된다.
병원은 여기에 더해 염증이 생긴 환자에게 적절한 항생제, 기타 전문 약물을 처방하게 되는 것이다.
▲ '그까이 것' 감기, 병원에 가야 할까?
충분한 휴식, 종합감기약 정도로 나을 수 있는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아와 노년층, 만성질환자(당뇨, 만성호흡기 질환자, 암환자 등)가 감기에 걸렸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빨리 치유하는 것이 합병증 발병의 위험을 줄이는 현명한 일이다.
또 건강한 성인이라도 ▦ 3주 이상 증상이 계속될 때 ▦ 코 주위가 아프고 냄새가 나는 누런 콧물이 나올 때 ▦ 가슴 통증, 호흡곤란, 각혈 증상이 있을 때 ▦ 귀가 아프고 분비물이 많이 나올 때 ▦ 기침과 39도 이상의 고열이 4일 이상 지속될 때 ▦ 목이 한달 이상 쉬었을 때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 감기 걸렸을 때 운동해도 되나
안 하는 게 좋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이미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운동을 해 몸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병의 증상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 때 샤워, 목욕 등은 특별히 나쁘지 않다. 다만 샤워를 한 직후 몸의 보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 소주에 고춧가루 한 숟가락이 감기에 특효?
물론 속설일 뿐이다. 감기에는 특별히 나쁜 음식이 없다. 그러나 음주와 흡연은 절대 피해야 한다. 감기로 인해 가뜩이나 호흡기에 무리가 가 있기 때문에 흡연은 염증을 악화시키고 기침 증세도 더욱 심해지게 한다. 음주는 간에 무리를 주어 면역력 저하?전신 피로감을 야기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 각종 비타민제 등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차는 비타민도 있고, 수분도 섭취할 수 있어 감기에 좋은 음식이다.
<도움말= 연세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도움말=>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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