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지만 고향은 역시 따스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개각 파문, 탈당 논란으로 여당 내부로부터도 비난을 받는 등 고단한 나날을 보냈으나 19일 오전에 찾은 고향,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따뜻하게 그를 맞아주었다.
주민 200여명과 김해시 노사모 회원들은 이날 노란색 풍선과 리본을 흔들며 노 대통령 내외의 새해 첫 고향 방문을 반겼다. 열띤 응원의 박수도 보냈다.
선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3년전 12월19일의 대선승리를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 1219개가 매달려 있었다. 풍선에는 ‘대통령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원칙과 상식이 승리하고! 반칙이 X되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격려성 문구가 써있었다.
전날(18일) 밤 신년 연설을 통해 미래 구상을 밝힌 노 대통령은 고향을 찾아 새 출발을 다짐하는 것 같았다. 신년 연설이 끝난 뒤 노 대통령은 만족해 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는 고향 사람들의 인사는 그에게 더욱 힘이 됐을 법 하다.
노 대통령 내외는 선영에서 성묘를 한 뒤 친형 건평씨 집에서 친지들과 다과를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주민들과 함께 생가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주민 30여명을 인근 식당으로 초청,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진영읍 번영회장인 박영재(43)씨 등이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돌아오십시오”라고 당부하자 노 대통령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일을 잘하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쳐 욕을 먹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퇴임 후 고향에 내려와 살겠다“고 말했고 주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주민들은 또 “노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자”고 제의했으나 노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고 웃어 넘겼다.
노 대통령은 고향 방문에 이어 이날 오후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찾아 신항 개장식에 참석,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부산 강서구 및 경남 진해시 일원에 자리잡은 신항은 노 대통령이 2000년 12월 해양수산부 장관 자격으로 1단계 민자사업 기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5년 뒤에 대통령으로서 신항 개장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곳 신항은 제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민자사업 협상을 타결짓고 기공식을 가졌던 항만이어서 더욱 기쁘다”며 “앞으로 장장 10㎞에 걸쳐 펼쳐질 신항의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노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환해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설 연휴에 가지 못하는 고향을 미리 찾은 것이지만 이번에 고향과 부산을 방문한 것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면서 “어렵더라도 뚜벅뚜벅 걸어 가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김해=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