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범절을 이르는 에티켓(etiquette)의 어원은 고대 프랑스어의 동사 estiquier(붙이다)로, 초기에는 표찰(標札)이나 팻말 등의 의미로 쓰였다. 영어로 label이나 ticket과 같은 뜻이다.
궁중문화의 발달과 함께 각종 예법과 의전이 엄격히 지켜졌던 15세기 무렵 귀족들은 궁중예절을 몸에 익혔으나 일반인들은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궁으로 초대 받거나 볼 일이 있어 궁으로 들어가야 할 경우 별도의 궁중예절을 교육시킨 뒤 출입을 허용했는데, 이때 궁중예절 교육을 받았다는 표찰을 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 중세 프랑스에서는 좋은 건물에 냄새 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해서 화장실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요강문화다.
하루 밤 사이 요강에 일을 보고 아침에 길에 버리고, 선남선녀들이 정원이나 숲의 으슥한 곳에 용변을 보는 바람에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보다 못한 정원사들이 ‘에티켓’이라고 쓴 팻말을 세웠는데 아무 데서나 볼 일을 보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뜻일 게다.
사방에 널린 오물의 피해를 피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하이힐이고, 악취를 희석시키기 위해 향수가 개발되었다. 두꺼운 외투와 중절모가 남자의 패션이 된 것도 길 가다 창으로 버리는 오물에 봉변 당할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 휴대폰과 인터넷이 생활 필수품이 되면서 이에 따른 에티켓 부재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편리한 휴대폰이 공공장소에서는 불쾌감을 주기 일쑤다. 요란한 벨 소리와 주변을 개의치 않는 통화소리를 듣는 순간 휴대폰은 흉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 역시 익명성으로 무장한 댓글들의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비방이 난무한다.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에 퍼지는 바람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모티켓’이니 ‘네티켓’이라는 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그만큼 이들 문명이기 사용에 따른 에티켓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가장 필요한 것이 에티켓이란 생각이 든다. 이 땅의 정치인만큼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거짓말은 다반사고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국민과의 약속도 헌신짝 버리듯 한다.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에티켓일진대 우리 정치인들에게서는 눈을 씻고 봐도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없다. 모티켓 네티켓과 함께 정치인들의 예절을 요구하는 ‘폴리티켓’(political + etiquette)이란 조어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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