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활동중인 피아니스트 허승연이 시와 음악이 있는 유럽 여행을 떠난다. 21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 3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리스트의 피아노곡집 ‘순례의 해’로 준비했다. 여기에 연극배우 유인촌의 시 낭송이 곁들여진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는 평생 여행을 즐긴 그가 1835년부터 1879년 사이에 여행한 유럽 여러 곳에서 만난 풍경과 사건, 그 고장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3권 총 25곡으로 돼있다. 이번 무대는 그중 주요곡들을 발췌해 연주하는 것으로, 리스트를 사로잡았던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장편 서사시 ‘차일드 해럴드의 편력’중 몇 편을 음악 중간중간에 유인촌이 낭송한다.
작곡가 리스트는 스타였다. 당대 최고의 미남 피아니스트, 파리 사교계의 총아, 수많은 여성과의 편력과 스캔들, 종교에 귀의해 하급 서품의 신부로 살았던 말년…. 스스로 ‘반은 프란치스코회 수도사이고 반은 집시’라고 했다. 헝가리 출신이지만 ‘문화적으로는 프랑스인, 음악적으로는 독일인, 내면적으로는 헝가리인’이었던 그에게서 19세기 낭만주의의 열광과 도취를 본다.
‘순례의 해’는 이처럼 복잡하고 화려했던 그의 삶과 예술적 편력을 보여주는 음악적 보고서와 같다. 제1권 ‘첫번째 해-스위스’는 20대 시절 연상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도망간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랑의 기쁨을 담고있다. 제2권 ‘두번째 해-이탈리아’는 이탈리아 문학과 예술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화한 것이다.
제3권은 로마에 머물면서 썼는데, 리스트 말년의 종교적이고도 철학적인 성찰이 깃들어 있다. 그만큼 연주자들에게는 벅찬 레퍼토리다. 기교적으로도 어렵거니와 그 안에 담긴 깊고 다양한 표정을 그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허승연의 이번 독주회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전집 음반 발매에 맞춘 것이다. 독일의 명문 레이블 아르스무지치에서 냈다. 동양인 연주자로는 처음이고 세계에서는 일곱번째다. 이에 앞서 2002년 같은 레이블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내놔 호평을 받은 그는 현재 스위스 취리히음악원의 종신 부학장 겸 클래식부 학장도 맡고있다. 공연 문의 (02)780-505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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