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나이를 5억 년 안팎의 근소한 오차로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가설이 국내 젊은 천문학자들에 의해 제시됐다.
미국의 저널 사이언스는 연세대팀의 이 논문을 제출받은 지 보름만에 전격 승인, 20일자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황우석 교수 사태와 한국 과학자의 업적은 전혀 별개라는 의미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의 이영욱(46) 이석영(41) 윤석진(36) 교수는 ‘타원은하 구상성단의 색분포 해석’이라는 논문에서 허블망원경으로 관측된 100여개 은하의 구상성단(球狀星團·수만~수백만개의 별이 공 모양처럼 모인 것)을 분석, 기존 이론을 뒤집는 나이 추정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구상성단은 우주의 빅 뱅 직후 생성된 것이어서 우리 우주의 나이를 추정하는 주요한 대상이었다.
별의 색은 붉은 색을 띄는 것일수록 탄소 질소 등 무거운 원소를 많이 포함하고, 곧 나이가 많다고 해석된다. 푸른 색은 그 반대다.
그런데 타원은하를 구성하는 약 1만개의 성단들은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근거로 1970년대 미국 천문학자 툼리 교수는 은하끼리 병합해 거대한 타원은하가 형성된다는 ‘은하합병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연세대팀의 이번 연구는 색의 분포가 곧 별의 나이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기존 은하형성이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영욱 교수는 “무거운 원소의 함량을 실제 측정한 결과 색분포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봉우리(변곡점)가 있는 3차 함수의 모양으로 나타났다”며 “변곡점의 위치만 제대로 분석하면 은하의 나이를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색 분포와 무거운 원소 함량이 단순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헬륨연소단계의 별이 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며 “변곡점이 붉은 색쪽으로 갈수록 은하의 나이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우주 나이는 오차가 30억년쯤 되는 130억년으로 추정됐지만 앞으로는 5억년 안팎의 오차로 우주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름 8m, 10m짜리 망원경을 가진 해외 연구팀이 실제 측정을 해 그 결과가 우리의 가설에 부합한다면 곧 정설로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곧 우주의 나이를 계산한 추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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