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그동안 기업의 규모에 따라 5, 7, 10년 마다 해오던 ‘순환형’ 세무조사의 큰 틀을 수시조사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는 탈루 혐의가 높은 업종이나 기업군에 대해 매년초 표본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사실상 1년 내내 수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형평성에 무게를 뒀던 기업 세무조사 원칙도 타당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바꾸나 국세청 한상률 조사국장은 19일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양대 기준 가운데 그 동안은 ‘신뢰성’을 ‘타당성’보다 앞세워 공평한 조사에 무게를 뒀으나 이제는 세무당국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만큼 타당성을 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신뢰성은 ‘세무 외적인 사항에 대한 고려 없이 공정하게 대상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고 타당성은 ‘탈루 혐의 정도에 따라 조사가 집중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이제는 탈세에 대한 타당한 세무조사를 통해 거구로 세무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이번 표본조사는 미국 국세청이 2002년부터 사용중인 표본조사 기법(NRP)을 적용했다. 어떤 업종의 신고 성실도가 낮은지, 어떤 유형의 세금 탈루가 이뤄지는 지 파악하고 기술적 기준을 마련키 위한 것이다.
대상 기업은 이번 조사에는 삼성 현대차 LG 등 매출액이 수십 조원에 이르는 주요 그룹 계열사들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호황업종으로 탈루혐의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명시하면서 반도체, 전자, 조선,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업종 대부분을 포함시켰다.
게다가 매출액 300억원 미만이지만 모기업과의 거래에서 탈세 혐의가 드러난 12개 대기업 계열사까지 끼어 있어 30대 그룹 계열사 상당수가 국세청의 조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뜻 없나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갈수록 부족해지는 세수를 늘려보자는 정책적 고려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세수는 2004년 4조3,0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4조6,000억원(추정)의 부족 현상을 빚었다. 올 해는 부족분이 6~7조원에 이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수시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액을 추징해 세수를 채울 수도 있겠지만 경고성 의미가 오히려 강하다. 12월 결산법인이 3월 말 법인세 신고·납부를 앞두고 1월 하순부터 가결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1월 중순쯤 엄포를 놓아 세금납부율을 높여보자는 전략이다.
한 국장은 조사 시기와 관련, “기업이 결산시점에 소득을 임의로 조절해 탈세하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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