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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세뱃돈, 福만 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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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세뱃돈, 福만 주면 안되겠니?

입력
2006.01.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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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여보 올해는 세뱃돈 얼마씩 주지? 지영이는 고등학생 되고, 민수는 대학 입학하잖아. 애들도 커가고 조카들이 9명이나 되니 이것, 만만치가 않네.”

박 과장의 아내가 설을 앞두고 한숨을 쉰다. 일년에 한번 보는 조카들에게 달랑 5,000원권 한 장 넣어 주자니 ‘짠순이 외숙모’가 될 것 같고, 빤한 남편 월급에 많이 주자니 버겁고, 머리만 지끈거린다. 잘 나가는 시동생 부부와 비교 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은근히 스트레스다.

“작년에는 8살 된 조카가 세뱃돈을 받자마자 날름 꺼내보더니 ‘5,000원 밖에 없네’ 하는 거예요.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는 지금도 당시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말했다.

준비해야 하는 세뱃돈은 아이들 몫만이 아니다. 부모님께 슬쩍 손자ㆍ손녀 줄 세뱃돈 정도는 챙겨드리는 것이 도리일 터. 그 돈까지 하니 1인당 1만원씩만 해도 20만원 가까이 되는 목돈. 더욱이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는 1만원권 하나 달랑 주기란 왠지 허전하다. 그러다 보니 세뱃돈만 30만원은 나갈 판이다. 설까지, 이 놈의 돈 때문에 고민이라니.

세뱃돈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중국에서 시작돼 한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퍼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결혼하지 않은 자녀에게만 돈을 많이 벌라는 뜻으로 붉은색 봉투에 돈을 넣어 주고 베트남도 역시 빨간 봉투에 소액의 새 돈을 넣어 주는 ‘리시’라는 관습이 행해진다.

일본도 예전에는 도시에서만 행해지다 1960년대 이후부터 전국적으로 치러졌는데, 그게 일제 강점기에 널리 유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 과연 우리나라는 연령에 따른 세뱃돈 적정 금액이라도 있는 걸까?

인터넷에 유포돼 있는 ‘세뱃돈’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 보자. 90년대후반부터 경기가 나빠지면서 세뱃돈 액수도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 평균 금액?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겠지만 대략 초등학생은 5,000~1만원, 중학생은 1만~2만원, 고등학생은 2만~3만원이 적정선으로 받아 들여진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받는 사람의 희망 사항일 뿐, 주는 사람의 상황에 맞게 주는 것이 받는 사람도 기분 좋은 세뱃돈이라는 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조카 7명을 둔 박주원(41)씨는 “초등학생은 무조건 1만원, 중ㆍ고등학생은 2만원으로 몇 년 전부터 통일했다”고 말했다. ‘큰엄마는 돈 없으니까’ 라고 오히려 큰 소리까지 치면서 준다는 것. “경기 탓도 있고 그냥 형식만 갖추는 것이지요. 세뱃돈이 목적은 아닐테니까요.”

네티즌 일각에서는 아예 ‘세뱃돗 통일론’까지 나온다. 세배는 인사를 드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1,000원 수준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이다. 돈 대신 문화 상품권이나 모바일 게임 등 아이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물을 주는 것도 새로운 방법으로 소개됐다.

주강현 한국민속연구원장은 “설이라고 특별히 많은 돈을 챙겨 주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초등학생은 5,000~1만원선으로, 성의 차원에서 소액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새 5,000원권 예약까지?

은행마다 고객들의 새 5,000원권 구하기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종로구 중학동 조흥은행 안국동 지점의 경우 벌써 하루 평균 2~3명의 고객이 세뱃돈으로 쓸 새 5,000원권을 예약하고 간다. 설이 가까워져 갈수록 가히 점입가경일 거라는 예상이다.

"아무래도 새 5,000원권을 주면 좋을 것 같아 거래하는 은행에 아이들 세뱃돈용으로 20만원 정도 부탁해 놓았어요. 작년에 닥쳐서 구하려다가 새 돈을 못 구했거든요." 주부 김수영(36)씨는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다. 회사원 이형준(38)씨는 예약도 불안해 새 5,000원권을 3만~5만원씩 회사 근처 은행을 돌며 바꿔놓는 중이다.

최진옥 조흥은행 안국동 지점 부지점장이 맞닥뜨린 고객이 좀 별났나 보다. "오늘 한 고객은 새 5,000원권으로 50만원을 예약하셨어요." 그러나 그 사람 탓만 할 수 없다.

최 부지점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보통은 세뱃돈으로 30만원 정도 준비하는데 특히 올해는 새 5,000원권을 많이 찾으세요. 한국은행에서 추가 공급하면 그 규모에 맞춰 1인당 제한적으로 교환해 줄 방침입니다."

한국은행은 지금까지 각 은행에 약 2,300억원(4,600만장) 규모의 새 5,000원권을 공급한데 이어 설 연휴 전까지 5,700억원(1억1,400만장)을 추가 공급해 신권 교환 수요를 충당할 계획이다. 올새 설 관련 현금 수요는 4조3,000억~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4조5,145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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