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여성으로 살아왔던 베티 베이커(48)는 5년 전 부모로부터 조상이 아메리카 인디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혈통과 관련한 증빙서류 등을 만들어 행정 당국에 제출해 마침내 지난해 9월 알라바마 북동쪽 체로키족이라는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이어 이름도 ‘작은 비둘기’로 고친 뒤 알라바마에 있는 핀슨이란 조그만 마을에 나무집을 짓고 사슴가죽 옷을 입은 채 조상의 종교의식과 춤을 배우는데 열중하고 있다.
베티 베이커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아 인디언으로 혈통을 바꾸려는 미국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슈피겔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이 크게 늘면서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 동안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혈통을 바꾼 미국인이 무려 640%나 늘어나 400만명에 달한다. 인디언으로 바꾼 사람들의 대부분은 창백한 피부에 일부는 금발을 갖고 있어 전에는 명확하게 백인으로 분류됐던 사람들이었다.
뒤늦게 자신의 혈통을 찾아 인디언으로 바꾼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인디언 부족에겐 대학 장학금은 물론 무료 의료보장 혜택이 주어지는데다 카지노 개설이 가능한 등 재정적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디언으로 혈통을 되찾는 사람 모두가 재정적인 혜택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인류학자인 오클라호마 대학의 서스 스텀 교수가 혈통을 찾은 사람 70명을 조사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인디언으로 혈통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으로서의 삶이 텅 빈 접시라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디언의 삶은 풍성한 뷔페”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라고 슈피겔은 전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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